시멘트 업체들의 폐기물 활용 방식이 업계 안팎에서 주목받고 있다. 생활폐기물의 직매립이 금지되는 시기를 3년 앞두고 전국 곳곳에서 소각장 건립을 둘러싼 갈등이 벌어지는 가운데 생활폐기물을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시멘트 생산 공정이 문제 해결의 주역이 될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의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원칙’으로 2026년부터 수도권 지역에서는 종량제 봉투의 직접 매립을 할 수 없게 된다. 현재는 종량제 봉투에 담긴 쓰레기는 소각 등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바로 매립할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생활폐기물을 골라내 재활용하거나 소각한 뒤 매립해야 한다. 이에 지방자치단체들이 매립 시설 활용을 중단하는 대신 소각장을 늘리려고 하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역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히면서다. 서울 마포구 소각장 건립을 두고 주민들이 반대 집회를 하는 등 모습은 대표적 사례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쓰레기 대란’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눈앞으로 다가온 쓰레기 문제 해법에 시멘트 제조 공정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시멘트는 채굴한 석회석을 1400도의 소성로를 거쳐 나온 클링커(시멘트 반제품)를 통해 만든다. 이 때 소성로에서 높은 온도를 내기 위해 유연탄을 연료로 사용해왔는데 업체들은 폐자원과 같은 순환자원의 활용을 늘리는 추세다.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시키는 한편 화석 연료의 의존을 줄여 원료 수급 방안에서도 긍정적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현재 가정에서 종량제 봉투로 배출되는 생활폐기물의 약 40~50%가 폐플라스틱과 같은 가연성 폐기물로 추정된다. 이렇게 재활용이 불가능한 가연성 생활폐기물의 경우 시멘트 제조 과정에서 대체연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한국시멘트협회의 한 관계자는 “가연성 생활폐기물은 시멘트 제조 공정의 대체연료로 사용해서 자원의 소각, 매립을 최대한 지양할 수 있다”면서 “시멘트 업계의 경우 전량 해외에서 수입하는 유연탄의 대체해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원가 부담을 덜게 된다”고 설명했다.
시멘트 업계는 쓰레기 대란 사태에서 ‘구원투수’ 역할을 하기도 했다. 미국 CNN의 보도로 국제적 망신을 샀던 경북 의성군의 ‘쓰레기 산’ 사태 당시 시멘트 업계는 해결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불법 폐기물 총 20만 8000톤 중 절반에 가까운 9만 5000톤을 시멘트 업체의 보조 연료로 재활용했다. 신규 소각 시설 설치 계획이 답보에 머물면서 10년 가까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 있었지만 시멘트 업체들의 소화로 2년이 안된 시간에 사태는 해결됐다고 알려진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데에도 효과가 크다는 설명이 많다. 가연성 폐기물 중 폐합성수지의 경우 유연탄과 같은 수준의 열량을 만드는 데에 이산화탄소(CO2) 배출 계수가 21% 적다. 가연성 폐기물을 유연탄 대체 자원으로 사용할 경우 온실가스 저감에 기여한다는 뜻이다. 현재 정부에서는 시멘트 산업의 탄소중립을 위해 2050년까지 가연성 폐기물 대체율을 현재 약 30% 수준에서 60%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제시해 놓은 상태다.
이를 통해 얻어지는 경제적 효과가 크다는 분석도 있다. 업계는 폐기물 자원을 연료로 재활용해 온실가스 감축 등으로 얻어지는 사회적 편익을 연간 5031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 업계 관계자는 “전 산업계가 순환경제 패러다임으로 바뀌어 나가고 있다”면서 “시멘트 산업의 자원 재활용은 쓰레기 이슈뿐만 아니라 함께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해서도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