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년에도 미국은 지금과 마찬가지로 전세계에 대한 패권을 쥐고 있을 것이다. 전체적인 경제 규모는 중국에 조금 밀리겠지만 우수 인재 유치와 첨단 기술 등 다른 분야에서는 패권을 뺏기지 않을 것이다. 특히 (현재 3억 명인) 인구가 계속 증가해 약 4억 명이 미국에 살게 될 것이다. 경제 규모에서도 금세기 후반에는 중국을 다시 앞지를 수 있다.”
“중국이 지속적인 경제성장으로 2050년 경제 규모로 세계 1위를 차지할 것이라는 점에서 이견이 없다. 다만 정치·사회적으로 크고 작은 실수와 장애물을 만나게 되고 2050년 기준으로 내림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현재 14억 명인) 인구의 감소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2070년대에는 10억 명 이하로 줄어들 수도 있다.”
전 세계 경제·비즈니스·사회의 동향을 분석하고 예측하는 유럽 최고 연사, 글로벌 트렌드 분석가 해미시 맥레이가 전하는 앞으로 30년 이후의 세계에 대한 미래 보고서 ‘2050 패권의 미래(원제 The World in 2050)’가 번역 출간됐다. 맥레이는 현재 영국 ‘인디펜던트’의 수석 경제 평론가이자 부편집장, ‘런던이브닝스탠더드’의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앞서 1994년에 이미 ‘2020년(원제 The World in 2020)’을 펴내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미래 전망 책이 30년 만에 나온 다시 셈이다. 이번 한국어판에는 미국과 중국 사이의 패권 경쟁 한복판에 놓인 대한민국의 청년 세대들에게 전하는 특별 서문도 수록했다.
저자는 유엔, 퓨리서치, 골드만삭스, HSBC 등 다양한 전문 조사 기관의 통계 및 예측 자료를 토대로 하고 또 대륙별, 국가별 분석으로 통해 미래 패권 경쟁의 향방을 전망하고 있다.
이를 통해 미국과 중국이라는 양대 경제 대국은 앞으로도 치열한 경쟁을 이어나갈 것으로 내다봤다. 아쉽게도 상황이 나아지기보다는 악화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저자는 “조만간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고의 경제 대국으로 우뚝 설 것이고 이러한 경제력의 변화는 두 강대국 사이에 상당한 정치적 긴장감을 유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2020년대 여전히 고도성장 가도를 달리면서 2030년쯤에는 세계 1위 경제대국으로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특히 인구감소가 현실화될 경우 상대적인 경기침체를 받아들여야 할 수 있다. 또 미중 간에 새로운 냉전으로 돌입할 수 있고 인도나 대만, 남중국해에서 무력 충돌을 일으킬 수 있다. 다만 전반적으로 중국 정부가 심각한 결과로 이어질 상황을 그냥 두고 볼 리 없다고 기대감은 유지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인도가 세계 경제 3위로 도약하면서 글로벌 경쟁구도를 복잡하게 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동 지역을 비롯한 다른 곳에서도 크고작은 갈등이 계속되고 러시아와 주변국의 관계는 전혀 호전되지 않을 것이다. 아프리카는 내부 갈등을 제대로 통제해야만 크게 발전할 수 있다.
저자는 이와 함께 미래 패권의 향방을 결정하는 다섯 가지 키워드로 △인구 △ 자원과 환경 △ 무역과 금융 △ 기술 △ 정부와 거버넌스 등을 제시했다. 2050년 세계 총 인구가 100억명을 육박하는 상황에서 유럽·중국·일본 등 ‘늙어가는 국가’와 미국·아프리카 등 ‘여전히 젊은 국가’의 대비가 분명할 것이다. 기후변화 문제를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세계의 운명이 결정되고 국제무역은 상품에서 서비스·아이디어로 쏠릴 전망이다.
불확실한 미래라는 변수를 계산하기 쉽도록, 책의 후반에 저자가 예측하는 ‘위기 시나리오 10가지’와 ‘기회 시나리오 10가지’를 준비해뒀다. 특히 ‘기회 시나리오’ 가운데 영어권 국가들이 부상하면서 상호이익에 기반한 이들의 비영구적 비공식 연맹 등장을 예상한 부분은 흥미롭다. 대륙별 주도국은 북미에서 미국, 유럽에서는 영국, 아프리카에서는 나이지리아, 아시아의 인도, 호주 등으로 이들은 모두 영어가 공용어거나 제1언어다.
한편 당장 내년 예측도 어려운데 ‘30년 이후’를 들고 나온 이유는 뭘까. 저자는 “한 세대에 해당하는 25~30년을 미리 내다본다면 그 시기를 지배하는 동향을 명확하게 알 수 있다”고 말한다. 미래학자들의 예측은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에 대한 분석을 통해 내일을 준비하는 희망적 비전을 제시하는 작업이라는 설명이다.
저자는 앞선 ‘2020년’ 책에서 대규모 전염병의 발생을 경고했고 서구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의 위기를 경고한 바 있다. 다만 신흥 세계의 성장정체 예상은 사실상 틀렸고 중국의 발전은 당시 전망을 훨씬 뛰어넘었다고 실토했다. 2050년 전망은 2020년 결과 인식을 반영했다고 한다. 2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