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전당대회 출마를 고심 중인 나경원 전 의원이 13일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에 대한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나 의원은 이날 사직서를 제출한 뒤 페이스북 글을 통해 “잠깐의 혼란과 소음이 역사의 자명한 순리를 가리거나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사의의 뜻을 재확인했다.
그는 지난 2019년 12월 당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나며 ‘바람에 나무가 흔들려도 숲은 그 자리를 지키고 바위가 강줄기를 막아도 강물은 바다로 흘러간다’고 말했던 점을 들었다. 그러면서 “그 뜻과 마음은 그대로”라고 전했다.
앞서 나 의원은 지난 10일 이미 대통령실에 한차례 부위원장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대통령실이 사의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직접 사직서를 제출하는 것으로 자신의 의사를 확실히 전달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나 의원은 “고민이 길어지는 점에 대해 국민, 당원, 언론인들께 무척이나 송구하다”며 아직 출마 여부를 놓고 고심 중임을 밝히기도 했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나 전 의원의 출마 선언이 오는 21일 윤석열 대통령이 해외 순방에서 돌아온 후에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 대통령의 해외 순방 중 출마 선언이 나올 경우 윤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모양새가 연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나 의원은 윤 대통령과의 대립 모양새가 만들어지는 것에 대해 “함부로 제 판단과 고민을 추측하고 곡해하는 이들에게 한 말씀 드린다”며 “나는 결코 당신들이 진정으로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직격했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실의 사의 수용이 미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윤 대통령은 오는 14일 아랍에미리트(UAE)·스위스 순방을 떠나는 만큼 당분간 사의 표명을 수용하지도 반려하지도 않는 보류 상태로 놓아둘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한편 나 전 의원은 이후 지방을 돌며 일정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나 의원은 “모처럼 전국으로 내리는 빗방울에 산천과 함께 우리 마음도 씻겨지는 아침, 조용한 사색의 시간을 가지러 떠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