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상승세를 탔던 방산 상장지수펀드(ETF)가 올해도 ‘진격’하고 있다. 유럽의 지정학적 위기를 시작으로 각국이 경쟁적으로 군비 확장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포성이 멎더라도 ‘평화’를 지키기 위한 방산 수요는 계속 늘 것으로 보며 구조적인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고 분석한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에 상장된 방산 관련 ETF들은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달 5일 상장한 한화자산운용의 ‘ARIRANG K방산ETF’는 7거래일 만에 11.5%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 ETF는 국내 방위산업 성장성에 투자하는 첫 상품이다. 국내 첫 미국 방위산업 투자 ETF인 ‘WOORI 미국S&P우주항공&디펜스’도 올해 들어 4.6% 오르며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서학개미들의 이목을 끄는 ETF도 있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아이쉐어 미국 항공 및 방산 ETF’(ITA)는 최근 3개월 수익률이 15.87%에 달한다. 순자산은 44억2000만 달러(약 5조 4896억 원)에 이르며 일평균 거래대금(906억 원)도 압도적으로 크다. 인베스코 미국 항공 및 방산 ETF(PPA US)도 같은 기간 14.45%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 상품은 종목 비중을 더욱 고르게 가져가고 있어 상대적으로 개별 기업의 이슈에 적게 영향을 받으며, 변동성도 낮게 나타나는 점이 특징이다. 중국 증시에 상장된 ‘궈타이 CSI 국방 ETF’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중국의 국방비 지출 규모는 세계 2위로 최근 5년 연평균 8.2%를 증액했다.
방산 관련 종목들은 뚜렷한 호재에도 꿈쩍 않던 ‘무거운 종목’으로 평가 받았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본격적인 신냉전 시대에 돌입하며 군사적 긴장감이 높아졌고, 주요국들은 군사적 분쟁에 대비해 국방비 지출을 급격하게 확장했다. 군비 경쟁의 수혜는 고스란히 방위산업체들로 전해지고 있다. 황준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미국 의회에서 지난해 승인한 해외 군수품 판매액이 지난 25년 간 3번째로 많은 810억 달러(100조 6020억 원)를 기록한 점은 신냉전 시대에서 방위 산업의 향후 성장성을 시사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방위 산업 역시 전세계적인 군비 확장의 수혜를 입고 있다. 한국산 무기는 미국, 독일 등 경쟁국 보다 저렴하고 안정적인 생산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이밖에 서방의 경제, 기술 관련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낮아 여러국가들이 도입을 검토 중이다. 폴란드는 한국과 약 22조 원의 방산 계약을 체결하고 추가 도입도 논의 중이다.
다만 위험요소(리스크)도 있다. 윤재홍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최근 주가 상승에 평균적인 기업가치 수준 보다 높아진 점은 부담”이라며 “공급망 정체로 인한 생산 제약으로 실적 지연과 맞물릴 경우 주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점은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