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옥션(102370)이 18일 강남구 신사동 본사에서 진행하는 메이저 경매로 올해 미술시장 오프라인 경매의 포문을 연다. 뜨거웠던 미술시장의 열기가 경제 불확실성으로 잠시 위축된 가운데, 서울옥션은 1월 경매를 쉬기로 한 반면 케이옥션은 검증된 작품들로 안정적인 시작을 선언했다.
이번 경매에는 총 84점, 약 80억원 규모가 출품됐다. 최고가 작품은 김환기의 1965년작 ‘북서풍 30-Ⅶ-65’이다. 대칭을 이루는 푸른 색조의 서정적 추상에 색색의 점들이 찍혀 도래할 점화(點畵)시대를 예고하는 중요한 그림이다. 177.5×127㎝의 대형 캔버스 작품이며 추정가는 15억~40억원이다. 두 달 전인 지난해 11월 추정가 20억~40억원에 나왔다가 출품 취소됐던 작품이 시작가를 낮춰 다시 경매에 오른다. 불황이 명작 구매의 최적기라는 사실을 입증할지 기대를 모은다.
이번 경매에서는 김환기의 ‘북서풍’을 제외하면 고가여도 시작가가 10억원을 넘는 출품작이 없다. 코로나19의 팬데믹 위기 당시 30억원 이상 고가 출품작이 사라졌듯, 경기 위축의 급변기라 10억원 이상 고가 미술품 출품이 줄어들었다. 조정기 시장에서 ‘신중모드’로 숨고르기하겠다는 경매사 측 전략이자 구매 고객들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의도로도 분석된다. 5000만 안팎의 작품 비중이 가장 높다.
130.3×162.2㎝의 화면에 점층적으로 옅어지는 은회색 점 2개를 찍은 이우환의 ‘다이알로그’(이하 추정가 8억~12억원), 반복적으로 그은 수십 개의 푸른선이 희미한 꼬리를 드리우며 여운을 그리는 1977년작 ‘선으로부터No.77072’(7억~10억원), 각자의 위치와 방향을 갖고 드문드문 놓인 4개의 점들이 관계성의 정수를 보여주는 1995년작 ‘조응’(3억2000만~5억원)도 수집가들을 자극한다. 강렬한 색채와 단순한 형태로 자연의 본질을 뽑아내는 유영국의 ‘작품’(3억~5억원)도 수준높은 명품이다. 붉은 산을 돋보이게 하는 초록 그림자, 색으로 구현한 원근감, 삼각 뾰족한 앞산과 부드러운 능선의 뒷산이 이루는 조화 등이 돋보인다. 장욱진의 ‘들’(1억3000만~2억원)이나 니콜라스 파티의 종이 수채화 ‘초상 얼굴’(5500만~8000만원), 손바닥 두 개 합친 크기지만 압축적인 완결미가 있는 최욱경의 ‘산 풍경’(1000만~2000만원) 등 실속있는 출품작들도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출품작은 18일까지 케이옥션 사옥에서 무료관람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