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후디(HOODIE)라고 불리는 ‘후드티’는 원래 일반인이 입는 옷이 아닌 특정 계층을 상징하는 의상이었다. 한때는 후드티 입은 사람을 색안경 끼고 보는 시선들 때문에 억울한 고초(?)를 겪기까지 했던 다소 부정적이고 사연 많은 옷이다. 평소 패션에 관심이 별로 없는 사람이라도 아마 영화 <록키>에서 배우 실베스타 스텔론이 복싱연습 때 입었던 그 모자 달린 옷이라면 쉽게 어떤 옷인지 바로 떠오를 것이다. 이처럼 스토리도 풍부한 모자 달린 맨투맨 후드티가 요즘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거리를 활보하는 젊은이 10명에 적어도 서너 명은 입고 있는 옷이 바로 후드티다. 젊은이들 특히 다소 불량끼(?)있는 힙합 전사 같은 이들만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후드티 패션이 일거에 우리 시니어들의 잃어버린 청춘 30년을 되찾아 줄 수 있다면, 관심을 가질 만도 하지 않을까?
후드티의 유래는 12세기 중세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몸을 숨겨야만 했던 활 쏘는 궁사들이나, 얼굴을 다 드러내고 싶지 않은 근엄한 수도사들이 입었던 마치 망또 같이 생긴 옷에서 유래했다는 게 정설이다. 세월이 흘러 1930년대 초 미국 뉴욕 로체스터에 있던 ‘니커보커 니팅 컴퍼니’라는 스웨터 공장에서 두꺼운 소재를 재봉하는 방법을 개발, 이 재봉법으로 맨투맨(스웻셔츠)에 모자를 달아 오늘날의 후드티를 처음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지금의 챔피언(Champion)이라는 브랜드의 전신이 바로 니커보커 회사다. 투박하지만 보온이 잘 되다 보니, 처음엔 주로 남자 운동선수들의 유니폼으로만 입혀졌고, 선수들이 여자친구들에게 선물하면서 자연스레 남녀 모두가 즐기는 일상복으로 바뀌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아무래도 후드티가 본격적으로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건 영화 <록키> 외에 ‘힙합’의 영향이 가장 컸다고 할 수 있다. 처음엔 단순히 스포츠용으로 나왔다가 힙합코드와 맞아서 패션아이템으로 대 유행을 하게 된 것이다. 최근에는 명품브랜드들까지도 앞다투어 후드 아이템을 내놓기 시작하면서, 디자인 성이 강한 럭셔리 후드부터 생활밀착형 후드까지 다양하고 대중성을 가진 아이템으로 성장했다. 이제 후드티는 전 세계 남녀노소 누구나가 즐겨 찾는 ‘즐·찾·템’으로 사랑 받고 있다.
오늘날의 후드티는 더는 과거 수도사 등 특정 계층을 상징하던 옷과는 거리가 멀다. 학생이나 젊은이 아니면 다소 불량한 계층의 사람들만 입는 옷은 더 더욱 아니다.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도 후드티를 즐겨 입는다. 저커버그가 공개한 자신의 옷장 사진에도 같은 색 후드티가 여러 벌 걸려있었다. 저커버그는 자신의 이런 후드티 사랑에 대해서 인생에서 쓸데없는 결정을 내리는 데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서라고 말하긴 했지만, 어쩌면 자유롭고 진취적인 후드티만의 ‘느낌적인 느낌’을 즐길 줄 아는 진정한 후디 매니아(HOODIE MANIA) 일지도 모른다.
이처럼 전 세계 남녀노소가 모두 즐기는 아이템이라는데, 왜 유독 우리 시니어들은 후드티를 멀리할까? 왜 입기를 꺼리는 것일까? 대답은 간단하다. 점잖은 어른들이 입는 옷이 아니라는 선입견 때문이다. 아니면 후드티는 원래 후줄근한 옷이라서 전혀 패션 아이템은 아니라고 치부할 수도 있다. 그러고 보니 주위에서 후드티 패션을 즐기는 시니어들을 본 적이 별로 없다. 필자의 경우는 봄, 가을 특히 겨울철에는 “후드티 없으면 패션도 없다”라고 할 정도다. 필자의 옷장에는 저커버그 옷장보다 더 다양한 후드티가 늘 간택(?)을 기다리고 있다. 요즘 필자의 인스타그램 피드를 보면 온통 후드티 패션 사진으로 도배돼 있다. 그렇다고 인친들이 나의 후드티 패션에 토를 다는 경우는 거의 없다. 엄지척만 있을 뿐….
그렇다면 후드티의 매력은 도대체 무엇일까? 일단은 휘뚜루마뚜루 입기 편하고, 무엇보다 보온성이 탁월하다. 특히 안쪽에 기모가 있는 후드티의 경우는 아주 뛰어난 보온효과가 있다. 게다가 모자까지 달려있어 눈이 오거나 바람이 불면 바로 뒤집어쓰기만 하면 된다. 특히 야구모자 위에 후드티 모자를 덮어쓰면 아주 힙해 보이기까지 한다. 모자엔 보통 끈까지 달려있어 바람이 안 들어가게 조일 수도 있다. 또 아래쪽에 주머니가 있어 시린 손도 넣을 수 있다. 또한, 후드티는 세탁하기도 편하고, 주름도 안 가고 때가 타도 눈에 잘 안 띈다. 처음 입어도 오래 입은 것 같고, 오래 입었어도 처음 입은 것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후드티 자체는 패션성이 별로 없을지 모르지만, 어떤 아우터와 레이어드 해서 입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다양한 느낌을 낼 수 있는 코디적(?) 장점이 있다. 영화로 치면 주인공은 아니지만 명품조연이다. 아무튼 한 번도 안 입어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입어 본 사람은 없다는 바로 그 마력의 후드티를 우리 시니어들에도 강추 하는 바다. 특히 겨울철엔 우중충한 아우터나 코트를 많이 입는데, 그 속에 컬러풀한 후드티를 겹쳐 입으면 포인트 패션으로도 이만한 게 없다.
시니어들이여, 이참에 기존 후드티에 대한 편견과 무관심을 깨부수자. 그리고 후드티를 당신의 패션 필살기로 삼아보라. 당신이 후드티를 걸치는 순간, 잃어버린 청춘 30년을 마치 마법처럼 되찾을 수 있게 될 것이다. 30년은 몰라도 적어도 10년은 무조건 젊어 보일 수 있다. 굳이 거울로 확인할 필요도 없다. 당신의 후드티에 대한 편견 즉, 젊은 애들이나 입는 옷이라는 편견이 역설적으로 당신을 젊게 보이게 해줄 것이 틀림없다. 그렇다고 너무 두꺼운 후드티 위에 또 두꺼운 아우터나 오버코트를 껴입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두께감 있는 아우터와 함께 입을 땐 다소 얇은 두께의 봄, 가을용 후드티가 좋다. 왠만한 후드티는 보온성 하나만큼은 뛰어나기 때문에 절대 얼어 죽지 않는다. 주위에서 “멋 내다가 얼어 죽는다”고 핀잔을 줘도 필자를 믿고 버티기 바란다. 그래도 좀 춥다고 느껴지면 후드티에 달린 모자만 믿지 말고, 비니를 써라. 후드티 모자에만 의지하다가 얼어 죽어도 필자는 책임 못 진다. 후드티에 달린 모자는 원래는 방한용이었지만, 이미 패션용으로 바뀐 지 오래다.
아직 막바지 매서운 추위가 남아있는 이 겨울, 컬러풀 한 후드티와 코트를 매치하고 비니까지 눌러 쓴 채 거리를 활보하는 30년 젊어진(?) 시니어들을 많이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