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공개(IPO) 시장의 침체가 지속되자 증권사들이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 상장’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는 모습이다. 증시 상황이 불안한데 공모가 산정 등을 거쳐야 하는 일반 IPO보다 스팩의 상장 과정은 안정성이 높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006800)은 설 연휴를 전후해 미래에셋드림 스팩 1호의 코스닥 상장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다시 제출해 빠르면 2월 말 청약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미래에셋 드림 스팩1호는 지난해 11월 수요예측을 실시했지만 공모 부진으로 상장을 철회했다.
미래에셋 드림 스팩1호는 모집액만 850억 원에 달하는 ‘초대형 스팩’이다. 통상 스팩의 공모 규모는 100억 원 안팎이다. 스팩의 규모가 크다는 것은 합병 대상 기업의 몸값 역시 높다는 의미다. 미래에셋 드림 스팩1호는 시가총액 1조 원 안팎의 회사를 겨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래에셋증권이 미래에셋 드림 스팩1호를 선보인 것은 최근 IPO 시장의 불안과 관련이 깊다. 일반 IPO에서는 기관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공모가와 규모가 달라지는데 스팩 합병은 스팩이 상장할 때 확보한 공모액을 바탕으로 상장사가 조달할 자금이 정해져 공모 안정성이 비교적 높다는 평가다.
한 IB 업계 고위 관계자는 “요즘 공모주 시장이 좋지 않아 직상장을 통해 IPO를 진행하는 대형주들이 수요예측에서 원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어렵다”며 “당분간 대형 스팩에 대한 수요가 꽤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증권사들이 지난해에만 스팩을 총 45개나 상장시켜 이들의 ‘짝’이 될 합병 대상 기업을 적극 발굴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스팩 투자 심리가 회복세를 보이는 것도 긍정적인 대목이다. 대신밸런스제14호스팩(442310)(2060원)·IBKS제21호스팩(442770)(2095원)·엔에이치스팩26호(439410)(2010원) 등 지난해 말 상장했던 스팩들이 대체로 공모가보다 높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말 상당수 스팩이 공모가에 미달한 것과 대조적이다.
스팩의 예치 이자율 인상도 투자 심리 개선에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11월 대신밸런스제11호스팩(397500)이 1.57%에서 5%로 예치 이자율을 올린 것을 시작으로 NH스팩19호(2.10→4.90%), 하나금융20호 스팩(1.39→4.50%) 등이 예치 이자율을 1~2%대에서 4~5%대로 인상했다. 11일 코스닥 상장을 위해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미래에셋비전 스팩2호도 예치 이자율을 5%로 제시했다.
스팩은 2~3년내 합병 대상 기업을 찾지 못하면 자동으로 상장이 폐지돼 원금과 함께 이자를 돌려주는 데 한동안 스팩 이자율이 1~2% 수준에 머물러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