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대한민국 1호 영업 사원입니다.” 해외 순방 때마다 세일즈맨을 자처한 윤석열 대통령이 문자 그대로 세일즈맨이 됐다.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점심 식사를 대접하며 투자처로서 한국의 매력을 100분 넘게 어필한 것이다.
18일(현지 시간) 윤 대통령은 스위스 다보스의 한 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CEO 오찬 간담회에서 “우리 글로벌 기업인 여러분들을 제가 뵙고 점심이라도 한 번 모시는 것이 대한민국 영업 사원으로서 도의”라고 운을 뗐다. 윤 대통령은 “인사드리고 제 얼굴도 알려드려야 여러분께서 앞으로 한국을 방문하실 때 제 사무실에 편하게 찾아오실 수 있지 않겠습니까”라고도 말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다른 국무위원들도 배석한 자리였지만 윤 대통령은 웃어 보이며 자신을 낮췄다. 대통령이 직접 세계경제의 큰손들에게 한국의 경쟁력과 투자 환경을 설명하겠다는 강한 의지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인텔·JP모건체이스·뱅크오브아메리카 등 다양한 분야의 글로벌 기업 CEO 15명과 큰 테이블 하나에 모여 앉아 자유롭게 대화했다. 오후 1시 5분께 시작한 오찬은 예정 시간보다 20분 늘어나 2시 50분께 마무리됐다.
윤 대통령의 역량을 시험하려는 듯한 질의응답도 오갔다. 브누아 포티에 에어리퀴드 이사회 의장이 글로벌 복합 위기 극복 방안을 묻자 윤 대통령은 “다자주의·자유무역 체제에 대한 확고한 신념·연대만이 공급망을 회복할 수 있는 길”이라며 “민관 일체로 기술 혁신을 이루겠다”고 답했다. 또 로버트 스미스 비스타에퀴티파트너스 회장이 소프트웨어 기술 수출에 대한 견해를 묻자 윤 대통령은 대선 공약인 디지털플랫폼 정부 구상을 제시했다.
적극적인 윤 대통령의 태도에 글로벌 CEO들은 한국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 크리스티아누 아몬 퀄컴 사장은 “장기적 파트너로서 다음 30년도 협력하고 싶다”고 말했다. 앞서 아랍에미리트(UAE) 국빈 방문 기간에 윤 대통령과 만났던 칼둔 알 무바라크 무바달라투자사 회장도 “약속과 신뢰”를 한국의 강점으로 꼽으며 지원사격에 나섰다. 스티븐 슈워츠먼 블랙스톤 회장은 “대통령님은 저희 기업인만큼이나 세일즈맨십을 보유한 훌륭한 세일즈맨, 우리보다 낫다”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 “앞으로 한국 시장도 열려 있고 제 사무실도 열려 있으니 언제든지 찾아주시기를 부탁드린다”며 마지막까지 한국 투자를 적극 요청했다.
같은 날 밤에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주최 ‘한국의 밤’ 행사에서도 윤 대통령의 세일즈맨 행보는 계속됐다. 윤 대통령은 국내 대기업 총수들뿐 아니라 세계 주요 정·재계 인사 310여 명 앞에서 “한국은 역동성과 개방성으로 글로벌 기업과 스타트업이 공존하는 열린 경제 강국이자 반도체·배터리·미래차·청정에너지 등 혁신 기술을 선도하는 최첨단 산업 강국”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