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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브리핑] 시장 눈높이 못맞춘 효성화학…아쉬운 결과

'민평 대비 100bp' 고금리 줘도 투자수요 '0'

A등급에 영업적자로 '부정적' 신용전망 부담





전날 시장을 찾은 하나에프앤아이(A)와 신세계푸드(031440)(A+)가 견조한 투자수요를 끌어모으며 A급 회사채의 귀환을 알렸습니다. 물론 하나금융지주(086790)신세계(004170)라는 든든한 뒷배가 있고, 실적개선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가장 긍정적이었지요. 수요가 몰리면서 이들은 각각 민평금리(민간 채권평가사가 평가한 기업의 고유 금리) 대비 -32~-36bp(1bp=0.01%포인트), -10bp 수준으로 자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하루 차이로 인수 주문을 한 건도 확보하지 못한 효성화학(298000)(A)의 참패가 더 뼈아픕니다. 올해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회사채 시장에서도 업종과 기업의 실적 개선세에 따라 차별화 장세가 뚜렷한 것은 확실한데요. 그보다는 효성(004800)화학이 시장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 탓이 크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투자자 확보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면 금리 상단을 더 높이는 등 미매각을 피하려는 노력을 했어야 했다는 것이지요. 시장에서 팔리지 않은 회사채는 총액인수 계약을 한 발행주관사가 전액 떠안게 됩니다. 이번 발행에서는 산업은행이 발행물량의 절반인 700억 원을, 나머지를 KB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인수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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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효성화학이 이번 발행에서 제시한 금리밴드 △1.5년물 4.715~6.215% △2년물 4.74~6.24%는 최근 회사채 발행 사례만 봐도 턱없이 낮은 수준입니다. 금리 상단을 민평금리 대비 최대 100bp까지 열어놨음에도 말이죠. 지난 13일 200억 원 어치 사모사채를 발행한 SK매직은 신용등급이 'A+'인데다 '안정적' 전망까지 붙어 있지만 1년 만기 자금에 연 6.5% 금리를 줬지요. SK렌터카도 효성화학과 같은 'A'등급이지만 조만간 등급이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인 '긍정적' 꼬리표가 붙어 있음에도 2년 만기 회사채를 연 6.5%에 발행했어요.

효성화학은 폴리프로필렌(PP)과 테레프탄산(TPA), 필름(PET·나일론·TAC필름), 삼불화질소(NF3) 등의 화학제품을 주로 생산하는 회사인데요.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재료 값이 상승하고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전방 수요가 위축돼 영업적자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베트남 화학 공장 신설과 관련한 대규모 투자까지 이어지면서 차입 부담이 크게 늘었지요. 효성화학의 부채비율은 2020년 말 232.8%에서 지난해 3분기 1395.1%로 급증했습니다. 신용등급전망 역시 '부정적'으로 한 단계만 떨어져도 하이일드 등급에 해당하는 'BBB'에 가까워지는 수준이지요. 시장에서는 최근 태핑 중인 A~A-급 사모 회사채들이 7%에 육박하는 점을 감안하면 효성화학도 최소 7% 초반까지는 금리를 올렸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아무리 산업은행의 인수 지원을 받아 미매각 물량을 크게 줄였다고 해도 말이죠.

효성화학의 사례에서 확인했듯이 당분간 회사채 시장에선 업종 별, 기업 별 이슈에 따라 온도 차가 극심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발행을 구체화한 A급 회사채는 △27일 SK인천석유화학(1500억) △2일 SK렌터카(1200억) 등입니다. △롯데글로벌로지스(100억 원) △팜한농(800억 원) △LG디스플레이(1900억 원) △한화(2130억 원) △SKC(800억 원) 등도 다음달 잇따라 자금 만기가 도래하는 만큼 회사채 발행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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