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아이돌 그룹 H.O.T.의 담당 매니저 출신인 SM엔터테인먼트 전 대표이사가 재결합 콘서트를 주관한 공연기획사를 상대로 “‘H.O.T.’ 상표를 무단사용했다”며 소송을 냈으나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패소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허법원 제24-2부(정택수 부장판사)는 지난달 말 김경욱 전 대표가 솔트이노베이션을 상대로 낸 상표권 침해금지 등 청구 소송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김씨가 이달 초 2심 판결에 불복해 법원 상고장을 제출하면서 사건은 대법원의 판단을 받게 됐다.
솔트이노베이션은 2018년 10월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H.O.T. 재결합 콘서트를 열었다. 이에 김씨는 지난 1998년 자신이 등록한 상표와 동일·유사한 표장을 사용해 저작권과 상표권이 침해됐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김씨는 1990년대 중반부터 H.O.T.와 관련한 로고 등의 상표권을 갖고 있었지만 솔트이노베이션과의 법적 분쟁 끝에 2020년 대법원에서 상표 등록이 무효로 확정된 바 있다.
이에 김씨는 “상표 등록 사건의 경우 증인으로 출석한 SM 전 대표 A씨가 ‘김경욱은 월급 받는 직원에 불과했다’는 취지로 위증함에 따라 재판부가 잘못된 판단을 내린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등록상표권을 침해했다는 행위가 상표권 등록 무효 판결 확정 이전에 이뤄졌다고 하더라도, 그 후 상표등록이 무효로 확정됐다면 침해됐다는 상표권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다"며 김씨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저작권 침해 여부에 대해서도 "김씨가 이 사건 도형을 창작했다거나 원본·복제물에 저작자로서의 실명 또는 이명으로 널리 알려진 것이 없다"며 기각했다.
김씨가 1심 판결에 불복해 진행된 항소심 역시 “김씨를 저작권자라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같은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이 사건 도형의 저작자는 미국의 그래피티 디자이너들로 봄이 타당하다”며 “원고가 이 사건 도형의 기본 스케치를 하는 등 창작에 조금이라도 기여했다면 그 내역이 명시됐을 텐데, 원고는 ‘제작 코디네이터’ 중 1인으로만 표시됐다”고 판시했다.
김씨는 2심의 변론종결 후 이 사건 도형이 자신의 창작물임을 입증할 새로운 증거가 발견됐다며 변론재개를 신청하기도 했지만 재판부는 “판결의 결과를 좌우할 수 있는 정도로 관건이 돼 보이지 않는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편, 김씨는 민사소송과 별도로 솔트이노베이션과 H.O.T. 멤버 장우혁 씨를 상표법·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으나, 검찰은 2019년 '혐의없음' 처분으로 사건을 종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