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검찰 소환이 닷새 앞으로 다가오면서 이른바 ‘대장동 일당’과 최측근들의 ‘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대표를 소환 하기에 앞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최측근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등이 어떤 진술을 내놓을지에 따라 수사 향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위례·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남은 기간 이들을 재차 소환해 조사하는 등 이른바 ‘혐의 다지기’에 주력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3부(강백신 부장검사)는 이 대표를 오는 28일 소환 조사한다. 배임과 부패방지법·이해충돌방지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분이다. 애초 검찰은 이 대표 측에 설 연휴 이후인 27일이나 30일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다. 이에 이 대표는 18일 서울 망원시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아무 잘못도 없는 저에게 또 오라고 하니, 가겠다”며 “28일 토요일에 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협의되지 않은 내용”이라고 반발했다. 특히 조사 내용이 많아 최소 두 차례 조사가 필요하다는 등 양측이 ‘기 싸움’을 벌였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이 대표를 최소 두 차례 이상 소환 조사해야 한다고 하나 현실화되기에는 넘을 산이 많은 만큼 남은 기간 김씨는 물론 정 전 실장에 대한 진술 확보에 주력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대표를 연거푸 불러 조사하기 위해서는 김씨나 정 전 실장의 진술을 기반으로 한 혐의 다지기가 우선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 대표는 소환 조사에는 응한다고 했으나 ‘검찰이 없는 죄를 만들고 있다’는 입장이다. 정 전 실장의 경우 최근 검찰 소환 조사에서 변호인 입회 없이 조사를 받아 진술을 거부했다고 알려졌다. 검찰이 정 전 실장·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공소장에서 ‘정치적 공동체’라고 명시한 세 사람 가운데 두 사람이 혐의를 부인하거나 입을 닫고 있는 셈이다. 김씨도 남욱씨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 대장동 일당 진술이 이 대표를 겨냥하고 있는 것과 달리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유 전 본부장 등은 대장동 사업 지분 구조를 짤 때부터 이 대표 측을 위해 천화동인 1호에 숨은 몫을 떼어놨다는 취지로 검찰에 진술했다. 반면 김 씨는 ‘428억 원을 주겠다고 말한 사실은 있으나 이는 유 전 본부장 측을 달래기 위한 발언이었을 뿐 실제 지급 의사를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또 천화동인 1호 실소유주도 이 대표 측이 아닌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남씨 등이 진술을 쏟아내고 있으나 이는 유 전 본부장이나 김씨에게 들었다는 식으로 실제 재판에서는 증거로 쓰이기 쉽지 않다”며 “결국 검찰은 김씨로부터 진술을 확보해야만 위례·대장동 개발사업 비리 의혹을 둘러싼 풀 ‘마지막 퍼즐’을 맞출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만큼 검찰이 김씨를 재차 소환해 조사하는 등 압박 수위를 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 검찰이 19일 화천대유 임직원 5명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하는 등 김씨의 범죄 수익 은닉 혐의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분석이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이 성남FC 후원금 유치 과정을 주도 한 게 정 전 실장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기사가 연이어 나오고 있다”며 “각종 의혹의 최고 윗선에 본인 이름이 등장하고 있다고 전해져 정 전 실장이 느낄 압박감은 한층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수사가 8부 능선을 넘어서고 있는 상황에서 본인이 모든 의혹의 중심에 서는 모습이 연출되면서 정 전 실장이 느낄 수 있는 수사·재판에 대한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즉 ‘스스로 혐의 없음’을 증명치 못할 경우 중형에 처해질 수 있다는 심적 압박이 차츰 심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법조계 일각에서 이 대표 소환을 앞두고 그가 심경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