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외무장관이 폴란드의 독일제 레오파드 탱크를 우크라이나에 보내는 것을 승인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탱크 재수출과 관련해 이전보다 진전된 반응을 보인 것이지만, 독일이 우크라이나에 직접적으로 탱크를 지원해야 한다는 동맹국의 요구는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2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안나레나 배어복 독일 외무장관은 이날 프랑스 현지 언론 LCI TV 인터뷰에서 "우리에게 (탱크 지원을 승인할지) 묻는다면 막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폴란드가 아직 공식적으로 탱크 수출 허가를 요청하지는 않았다면서도 "반드시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고 우크라이나 영토가 해방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달 12일 로베르트 하벡 독일 부총리가 기자들에게 "독일이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와 별개로 다른 국가들이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결정을 내리는 것을 방해해선 안 된다"며 수출 승인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는데, 배어복 장관이 보다 분명한 수출 허가 의향을 드러낸 것이다.
배어복 장관이 거론한 탱크는 유럽 곳곳에 실전 배치된 독일제 레오파드 탱크로, 우크라이나에 보내려면 독일의 재수출 승인이 필요하다. 특히 레오파드 탱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사용된 T-90 탱크에 대응하기 위해 특별히 설계돼 우크라이나가 여러 차례 공급을 요청한 바 있다. 이에 최근 폴란드, 핀란드, 덴마크는 자국이 보유한 레오파드를 지원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이번 발언은 독일이 우크라이나 탱크 지원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여 안팎에서 거센 비판을 받던 중 나온 것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앞서 독일은 20일 서방 50여개국의 '우크라이나 방위 연락 그룹'(UDCG) 회의에서 회원국 간 이견이 있다며 탱크 지원에 합의하지 않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영국, 폴란드를 비롯한 몇몇 유럽 국가들은 우크라이나에 현대식 탱크를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고 미국도 원칙적으로 그 방안을 지지했다"며 "독일의 입장이 관건이었지만 (미지원 결정에) 동맹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고 전했다. 수지 데닌손 유럽외교협의회(ECFR) 수석연구원은 "독일 정부가 보이고 있는 애매모호함이 독일을 EU의 중심 바깥으로 밀어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독일 내부에서 탱크 지원에 대한 신중론이 작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독일이 적극적으로 우크라이나 지원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로는 2차 세계대전 패배의 경험으로 형성된 반군국주의 전통, 확전에 대한 우려 등이 꼽힌다. FT는 "독일 관리들은 자국이 우크라이나 지원에 소극적이라는 주장에 격분하고 있다"며 "독일은 미국 다음으로 우크라이나에 가장 많은 군사 지원을 한 국가 중 한 곳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