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정부가 독일제 주력전차인 ‘레오파드2’ 탱크의 우크라이나 지원 승인을 독일에 공식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안나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무장관이 탱크 지원을 “막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데 따른 조치로, 폴란드의 레오파드2의 지원이 가시화하는 모양새다.
폴란드 PAP통신에 따르면 마테우슈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23일(현지 시간) “독일 정부에 레오파드2의 우크라이나 공급 승인을 요청할 것”이라며 "독일의 승인을 받지 못하더라도 우크라이나에 전차를 보내려는 국가연합을 구축해 다른 국가들과 함께 레오파드2를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폴란드 정부는 보유 중인 레오파드2 14대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으나 제조국인 독일의 승인을 얻지 못해 발목이 잡힌 상태다.
모라비에츠키 총리의 발언은 전날 안나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무장관이 전차 지원에 전향적인 태도를 보인 직후 나왔다. 베어보크 외무장관은 앞서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정상회담에 배석한 이후 진행된 프랑스 LCI TV와의 인터뷰에서 “우리에게 레오파드 전차 지원을 승인할 지를 묻는다면 막지 않겠다”고 말했다. 영국 더타임즈는 “독일이 우크라이나 지원과 관련한 태도를 바꾸면서 봄철 공세가 성공할 것이란 우크라이나의 희망에 힘을 실어줬다”고 평했다.
앞서 서방국 가운데 영국이 처음으로 자국 주력 전차인 ‘챌린저2’ 14대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기로 결정하면서 독일을 향한 압박은 한층 거세졌다. 레오파드2는 향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챌린저2를 뛰어넘는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를 받는다. CNN은 “레오파드2는 이미 2000여대가 유럽 전역에 분산돼 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인근에서도 운용되고 있어 유지보수가 쉽고 신속한 지원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레오파드2 지원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는 여론도 일고 있다. 전날 EU 외무장관 회의가 열린 벨기에 브뤼셀의 EU 본부 앞에는 “레오파드를 풀어달라(Free the Leopards)”라는 팻말을 든 시위대가 몰려 들기도 했다. 이날 회의에서 EU는 우크라이나에 5억 유로의 추가적인 군사 지원을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