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IB&Deal

[시그널] 재수에 삼수까지…"올 IPO 공모액 작년의 반토막"

현대삼호重·컬리·골프존카운티

시총 1조 넘는 대어 줄줄이 철회

자람테크, 몸값낮춰 세번째 도전

"올해도 IPO 시장 계속 어려울 것"





지난해부터 이어진 기업공개(IPO) 시장 경색이 2023년 들어서도 쉽게 풀리지 않고 있다. 기업가치 1조 원 이상 대어(大魚)들의 상장은 잇따라 밀리고 공모 흥행 실패로 IPO를 중단했다가 자신의 기대 몸값을 낮춰 증시 입성 재수·삼수에 나서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고금리 여건이 반전되는 등 거시 경제 상황이 크게 바뀌지 않는 한 IPO 시장 침체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1월 현재까지 현대삼호중공업·컬리·골프존카운티 등 세 곳이 상장을 연기했다. 대체로 예상 시가총액이 1조 원을 넘는 IPO 시장의 대어로 꼽힌 회사들이다. 아직 한국거래소 상장 예비 심사 승인 유효기간이 남은 케이뱅크도 거래소 예심을 다시 신청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중소형주 공모에서도 IPO 시장 침체를 엿볼 수 있다. 4000억 원 안팎의 희망 몸값을 제시하며 올 초 공모에 나선 티이엠씨는 일반 청약에서 0.8 대 1의 경쟁률로 미달 사태를 빚었다.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이 698억 원에 불과한 오브젠도 6 대 1의 경쟁률로 일반 청약을 마감했다.



수요 예측 부진으로 IPO를 중단했다가 목표 시가총액을 낮춰 공모에 재도전하는 회사들도 속출하고 있다. 통신용 반도체 설계 업체 자람테크놀로지는 지난해 10·12월 상장을 잇달아 중단한 데 이어 이달 19일 세 번째로 증권신고서를 내며 ‘IPO 삼수’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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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람테크놀로지는 지난해 10월에는 공모를 실시하기도 전에 증권신고서를 철회했고 지난해 12월에는 수요 예측 부진으로 IPO를 중단했다. 이 과정에서 목표 시가총액(희망 공모가 하단 기준)은 1287억 원→1111억 원→991억 원으로 내려갔다.

공모 구조도 최대한 ‘투자자 친화적’으로 바꿨다. 자람테크놀로지는 구주 매출 규모를 20만 주→10만 주→0주로 단계적으로 줄였고 상장 직후 유통 가능 주식 비율을 기존 25%에서 14%로 대폭 낮추면서 ‘품절주’ 전략을 노리는 공모주 투자자들을 겨냥했다.

지난해 11월 상장을 철회한 임상시험수탁기관(CRO) 바이오인프라도 희망 몸값을 1186억 원에서 863억 원으로 27% 내려 19일 새로 증권신고서를 냈다. 바이오인프라도 기존에 54%에 달했던 유통 가능 주식 비율을 약 32%로 줄여 공모 구조를 개선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IPO 시장 내 공모 규모를 6조~7조 원 수준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IPO 공모액이 약 16조 원이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전년 대비 절반 이상 감소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고금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경기 침체까지 겹치면서 기업들이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운 국면이 지속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나마 증권가 전망치는 LG CNS, 케이뱅크, 11번가, SK에코플랜트 등 IPO 대어들이 무난하게 증시에 입성할 것이라는 가정에 바탕을 두고 있어 실제 연간 공모액은 이보다 더 감소할 수 있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올해도 IPO 시장이 계속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고 해석했다.


심우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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