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제도

‘악성 임대인’ 보증사고액 4382억원…3년만에 9배 늘어

집중관리 다주택 채무자 227명이 1인당 19억원씩 떼먹은 꼴

다세대 사고액이 64.5% 차지…오피스텔 보증 피해도 급증세

'악성 임대인 명단 공개' 법안 국회에 계류 중…명단 공개 난망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전세사기 피해 임차인 설명회에서 한 참석자가 안내문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전세사기 피해 임차인 설명회에서 한 참석자가 안내문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악성 임대인’ 227명이 임차인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 발생한 보증 사고액이 지난 한 해에만 4000억원을 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전세보증금을 제때 받지 못했다며 보증기관에 대신 돌려달라고 신청한 세입자 5명 가운데 거의 2명(37%) 꼴로 악성 임대인 소유 주택에 세를 들었다 피해를 봤다.



2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상혁 의원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집중관리 다주택 채무자’의 보증사고 액수는 지난해 4382억원으로 전년보다 827억원(23%) 늘었다. HUG는 전세금을 3번 이상 대신 갚아준 집주인 중 연락이 끊기거나 최근 1년간 보증 채무를 한 푼도 갚지 않은 사람을 집중관리 다주택 채무자로 올려 관리한다. 이른바 악성 임대인이다.

지난해 227명이 명단에 올랐는데, 이들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내주지 않아 HUG에 갚아 달라는 신청이 들어온 금액이 연간 4400억원에 육박한 것이다. 임대인 1인당 평균 19억원씩 떼어먹은 것이다.

악성 임대인의 보증 사고액은 급격하게 늘고 있다. 지난 2018년 30억원이었으나 2019년 504억원, 2020년 1871억원, 2021년 3555억원으로 뛰었다. 사고액의 규모만 따지면 4년 만에 146배, 3년 만에 8.7배 증가했다.



악성 임대인들의 보증사고는 전체 사고액의 상당 부분을 차지해 관리가 시급한 상황이다. 지난해 HUG의 전세보증금 반환 사고 규모는 1조1726억원이었다. 주택 5443세대의 집주인이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주지 않았는데, 이 중 악성 임대인 보유 주택이 37%(2037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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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 임대인들의 보증사고는 빌라 같은 다세대 주택에 쏠려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증사고액의 64.5%는 다세대주택(2828억원), 25.0%는 오피스텔(194억원)에서 발생했다. 빌라와 오피스텔에서 지난해 임대 보증사고의 89.5%가 터진 셈이다. 반면 아파트는 7.0%(307억원), 연립은 3.1%(137억 원)를 차지해, 상대적으로 낮았다.

한편 정부는 전세사기를 근절하기 위해 지난해 7월 악성 임대인 명단을 공개하겠다는 방안을 발표했지만, 이를 위해선 법 개정이 필요하다.

명단 공개 내용을 담은 주택도시기금법 개정안은 개인정보보호와 신용정보보호법과의 상충 문제 등으로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이달 말 신축 빌라 시세, 위험 매물 정보 등을 담은 ‘안심전세 앱’을 출시할 예정이지만, 근거법이 마련돼야 당초 넣기로 했던 악성 임대인 명단을 제공할 수 있다.


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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