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이 기관투자가 전용 사모펀드(PEF) 운용을 위해 프라이빗에쿼티(PE)투자부를 신설하고 본격적인 경쟁에 나선다. 올해 기업 구조조정 매물이 많아지며 자금력을 갖춘 대형 PEF의 투자 기회도 넓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국내 대표적인 초대형 증권사가 새롭게 뛰어드는 것이다. 특히 한국금융지주(071050)는 한국투자증권을 포함해 그룹 내 3개 계열사가 각각 사모펀드를 운용하게 하면서 그룹 시너지를 활용해 다양한 투자 기회를 찾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올 초 PE투자부를 신설하고 부서장급 1명과 팀원을 포함해 총 5~6명으로 조직을 꾸렸다. PE투자부는 IB 그룹 직속으로 영업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도록 IB1~4본부와 고객사를 공유하게 된다.
한투증권은 최근 비교적 낮은 기업가치에 투자금 유치에 사활을 건 기업들이 많아지면서 PE 조직을 신설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금리가 급등하고 경기가 악화되자 경영권을 매각하거나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이 늘었고 금융 그룹에 속하지 않은 독립계 PE들은 이런 기회를 선점하고 있다.
한투증권PE는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국내 배터리 소재 관련 산업에 기회가 있다고 보고 이 분야에서 초기 딜(Deal) 발굴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회사 내 고유 자금과 인수금융을 활용해 펀드 결성 지원도 받을 수 있는 만큼 시장에 얼마나 빨리 안착하느냐가 업계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한국투자증권의 모회사 한국투자금융지주 역시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한국투자파트너스 기존 2개 계열사에서 이미 PEF 사업을 하고 있다. 한투PE는 주로 1000억 원 이상 대형 인프라 딜을 맡고 한투파는 1000억 원 이하 중소형 벤처기업 투자에 특화한다는 전략이 뼈대다. 다만 투자와 펀딩 활동이 상당 부분 겹친다는 인식도 많았다. IB 업계에서는 한국투자증권까지 비슷한 사업을 하게 되면서 계열사 간 업무 비효율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게 과제라고 지적했다.
한국투자증권 외 다른 대형 증권사들도 이미 PE 시장에 진출해 있다. 미래에셋증권(006800)을 비롯해 NH투자증권(005940)·KB증권 등이 PEF를 직접 운용하는 대표적인 회사다. 특히 미래에셋은 미래에셋증권과 미래에셋자산운용·미래에셋벤처투자(100790)·미래에셋캐피탈이 각각 PE사업을 영위하는 등 이 시장에 폭넓게 포진하고 있다. 신한증권·하나증권 등 은행지주 계열의 중형급 증권사들도 같은 사업을 벌이고 있다. PEF 업계 전체로 넓히면 독립계 PE가 금융계에 비해 주도권을 잡은 가운데 그 안에서도 대형 PE 중심으로 기관투자가 유치와 투자 보폭을 키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