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힘들게 키웠는데"…명품 韓 직진출 늘자 속쓰린 패션사

톰브라운 7월 한국법인 설립

셀린느·질샌더 등도 직진출行

"명품소비 1위 韓서 수익성 ↑"

삼성물산 등 자체 패션 육성

/사진 출처=톰브라운/사진 출처=톰브라운




수입 패션 호황기를 누리던 국내 패션 업체들이 난관에 부딪혔다. 십여 년간 영업망과 노하우를 총 동원해 브랜드를 키웠으나 글로벌 본사가 계약 기간 종료 후 국내 사업을 직접 운영하겠다고 나서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톰브라운은 오는 7월 '톰브라운 코리아'를 설립하고 국내에 직진출한다. 미국 패션 브랜드인 톰브라운은 국내 20~30대 사이에서 이른바 '신명품'으로 불리며 인기를 끌고 있다. 2011년부터 삼성물산 패션이 국내 독점 판매 계약을 맺어왔으며, 연매출 규모는 수백 억 원대에 달한다.

이에 삼성물산 패션은 연 매출의 30% 가량인 수입 패션 라인업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던 고객사를 잃게 됐다. 다만 앞으로 톰브라운과 유통 및 고객 관리 등을 담당하는 '리테일 매니지먼트' 계약을 맺고 협력을 지속해나간다는 방침이다. 국내 독점 판매 계약을 맺으면 매출 대부분이 귀속되지만, 리테일 매니지먼트 계약을 맺으면 일정의 수수료만 받는다는 점에서 수익성 차이가 있다.

셀린느 백. /사진 출처=셀린느셀린느 백. /사진 출처=셀린느



프랑스 명품 브랜드 셀린느도 올해 국내 시장에 직진출했다. 이를 위해 2012년부터 국내 수입·유통을 맡아왔던 신세계인터내셔날과의 계약을 종료했다. 앞서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전개하던 지방시와 몽클레르, 돌체앤가바나도 직진출을 선택한 바 있다. 여기에 질샌더·메종마르지엘라 등을 보유한 글로벌 패션 그룹 OTB의 한국 직진출에 따라 소속 수입 브랜드의 대거 이탈이 예고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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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패션기업 신원이 2009년부터 전개해왔던 명품 슈트 브리오니도 내년 국내 사업을 직접 운영하기로 했다.

글로벌 명품 브랜드가 한국 직진출을 선택하는 이유는 높은 성장세다.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인의 1인당 명품 소비액은 325달러(약 40만4000원)로, 미국과 중국 등을 제치고 전세계 1위를 차지했다. 여기에 매년 높은 성장률을 보여왔던 온라인 쇼핑 시장도 매력적이라는 평가다. 물론 최근에는 명품 시장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스웨덴 디자이너 브랜드 아워레가시. /사진 제공=한섬스웨덴 디자이너 브랜드 아워레가시. /사진 제공=한섬


국내 패션 업체들의 수입 의존도는 매년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보복 소비'가 터져나오면서 단가가 높은 수입 패션이 인기를 끈 데다, 투자 비용이 큰 자체 브랜드보다 수익성이 좋기 때문이다. 지난해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의류 전체 매출 중 수입 비중은 6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수입 패션과 자체 패션의 영업이익률을 각각 14%, 7%로 전해졌다. 한섬도 오는 2027년까지 수입 패션 매출 규모를 현재의 두 배인 1조 원대로 키운다는 목표다.

'직진출 리스크'가 커지가 국내 패션 업체들도 자체 브랜드 육성에 서둘러 나서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은 지난해 8월 27년 만의 새 남성복 브랜드인 '시프트 G'를 출시한 데 이어 이달에는 여성복 브랜드 '디 애퍼처'를 내놨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2019년 자체 패션인 '스튜디오 톰보이'를 중국에 선보이며 해외 사업을 키우고 있다.


신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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