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무료 급식이 아니라 자율성과 자립성입니다. 여기 ‘찾탕(찾아가는 목욕탕)’을 찾는 노숙인들은 목욕은 물론 식사를 만드는 것도 모두 스스로 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스스로 살아갈 수 있도록 의지를 북돋아 주는 거죠.”
매주 일요일과 공휴일에 종각역 근처에서 노숙인을 위한 무료 목욕 서비스 시설 ‘찾탕’을 운영하고 있는 이대유 씨는 29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노숙인에게 가장, 그리고 근본적으로 필요한 건 무료 급식이 아니라 자립하고자 하는 의지와 자존감”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2018년 7월 15일부터 찾탕을 운영했지만 코로나19가 극심하던 시기에는 문을 닫았다가 지난해 말 다시 재개했다. 2.5톤 트럭에 물탱크와 펌프·보일러 등을 설치한 찾탕에는 일요일마다 90명 정도의 노숙인들이 찾지만 지난해 말부터 찾아온 강추위에 이용자들이 더욱 늘고 있다.
특히 최근 강추위로 인해 세수조차 하기 어려운 노숙인에게는 꼭 필요한 곳이 됐다. 이 씨는 “노숙인, 쪽방촌 주민들은 모두 어려운 분들이니까 이곳을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며 “목욕을 한 노숙인들을 가만히 보니 배가 고파 보여서 같이 밥을 먹으러 가자고 해서 밥을 먹으러 갔는데 숫자가 점점 늘어나 계산을 해보니 식당을 앞에 만들어주는 게 낫겠다 싶었다. 그래서 찾탕에서 밥을 해먹을 수 있도록 하자는 생각으로 라면·계란 등 음식 등을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계란을 한 번에 20개씩 먹는 이들도 있지만 양은 제한이 없다. 대신 음식을 가져갈 수는 없다. 그는 “코로나19로 무료 급식이 문을 닫으면서 이쪽으로 몰려 많을 때는 300명 정도 됐다”며 “사실 저희는 60~80명 정도가 ‘풀(full)’ 인원”이라고 말했다.
시설 운영비는 한 달에 200만~300만 원가량이 들지만 물가가 올라 앞으로는 비용이 더욱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걱정거리다. 그는 “대리운전을 하면서 버는 돈과 주변의 후원금을 보태서 운영을 하고 있다”며 “벅차기는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해서 찾탕을 운영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서울시 등 정부가 20~30년 동안 노숙인을 위한 사업을 운영했음에도 그 수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며 “그래서 무료 급식 등이 노숙인의 자립을 위해서는 좋은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왜 찾탕을 운영하게 됐을까. 미대를 졸업한 후 디자인 사무실을 운영했지만 결국 망하면서 2017년부터 대리운전 일을 하게됐다. 그러던 중 우연히 노숙인 등을 보고 이들에게 목욕을 시켜주는 서비스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노숙을 하는 젊은 친구를 봤는데 냄새가 나는지 주변 사람들이 피하더라”며 “그래서 좀 깨끗하게 하고 다니면 어디 가서 밥이라도 먹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찾탕을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2018년 시작해 중간에 코로나19로 중단하기도 했지만 올해 벌써 운영한 지 6년이 된다. 수많은 노숙인들이 이곳에서 목욕을 하고 식사를 했다. 일부는 노숙인 생활을 접고 일상으로 돌아간 이들도 있다. 그러나 그는 이들이 과거를 떠올리며 이곳을 찾으려고 하면 절대 오지 못하게 한다. 그는 “노숙 생활을 했지만 자립하면서 자존감도 얻고 해서 노숙인을 탈출하신 분들이 있는데 이제 어엿하게 자기 일을 하신다”며 “찾아오셔서 정기적으로 후원도 하고 그러시지만 저는 가능하면 오지 말라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이 친구들이 오면 원래 똑같은 노숙자였으니까 형·동생 하면서 ‘돈 버는데 술 좀 사라’고 하기도 하고 다시 노숙 사회로 끌어들이려는 경우도 있어 절대 다시 돌아오지 말라고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마지막으로 “3000명 정도 되는 서울 지역 노숙인들이 자립할 수 있는 계기와 환경을 마련해나갈 것”이라며 "시민들도 그들에게 마음을 조금만 내줬으면 하는 게 희망 사항”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