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농기계 시장에서도 한류가 주목받는 가운데 지난해 국내 업체의 트랙터 수출액이 1조6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케이(K)-트랙터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국내 농기계 회사들은 이 같은 상승세를 이어가기 위해 올해도 농업 국가별 맞춤형 트랙터 등을 앞세우고 해외진출 가속 페달을 밟을 예정이어서 2조원 수출을 달성할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트랙터 수출은 12억8004만달러(1조5816억원)로 전년 대비 17.5% 증가했다.
대동은 2021년 연결기준 매출 1조1792억원을 기록해 사상 처음 1조원을 돌파했고, 지난해에도 1조300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티와이엠(TYM)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은 9228억원으로 4분기에도 실적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전체 매출이 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대동과 TYM의 주요 수출국은 세계 최대 농업지역인 북미시장이다. 지난해 트랙터 수출 비율을 보면 미국이 84.5%, 캐나다 4%로 북미권에 집중돼 있다. 최근 북미에서는 농사를 짓는 가구를 뜻하는 ‘하비 팜’ 인구가 급격히 늘면서 중소형 트랙터가 주력인 한국산 트랙터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국내 농기계 업계는 세계시장에서 점유율·영향력 확대를 높이기 위해 적극 투자하는 모습이다. 대동은 지난달 대구 공장의 엔진 생산라인의 연간 생산 규모를 6만4000대에서 7만5000대로 늘렸다. TYM은 2000만달러(246억원)를 투자해 미국 조지아주의 트랙터 공장을 증설할 계획이다. TYM의 조지아주 공장은 올해 상반기 착공해 내년 2분기 준공을 목표로 한다. 이 공장이 완성되면 북미 내 트랙터 생산량은 기존 2만5000대에서 5만 대로 늘어난다.
업계에 따르면 대동과 TYM은 올해도 매출 1조원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대미 수출도 지난해보다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농기계 업계 관계자는 “해외시장에서 국내 업체 트랙터 점유율은 꾸준히 늘고 있는데 최근 업체들이 생산량을 늘리는 것은 북미 등 해외를 겨냥한 것”이라며 “미국과 캐나다 등 해외에서는 취미로 농사를 짓는 이들이 계속 늘고 있어 올해 국내 업체 트랙터 수출액 2조원 돌파는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국내 농기계 업체들이 해외시장에서 좀 더 활약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전세계 농기계 시장 규모는 200조원인데 대부분 미국과 영국, 일본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고, 우리나라 기업의 시장 점유율은 아직 미미하기 때문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농촌진흥청, 기계연구원, 생산기술연구원 등 농기계 관련 기관들과 기업, 대학들이 연계해 산학연 클러스터를 강화하고 이를 통해 경쟁력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면서 “한국산 농기계들의 해외진출을 전방위로 도울 수 있도록 농기계 기업들과 연구기관, 대학들을 정부 차원에서 지원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들이 절실한 실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