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000660)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불황 속에 지난해 4분기 10년 만에 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반도체 사업에서 간신히 적자를 면한 삼성전자(005930)에 이어 SK하이닉스도 ‘어닝 쇼크(실적 충격)’를 기록하면서 반도체 업계의 그늘이 짙어지게 됐다.
SK하이닉스는 1일 실적발표회를 열고 지난해 매출 44조 6481억 원, 영업이익 7조 66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분기 기준으로는 2012년 3분기 이후 10년 만에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실적은 매출 7조 6986억 원, 영업손실 1조 7012억 원이다. 2022년 4분기에 15%였던 영업이익률은 무려 38%포인트나 줄어들면서 ?22%를 찍었다. 적자 규모는 에프앤가이드가 공개한 증권사 전망치 평균(컨센서스)인 1조 2105억 원보다 5000억 원 가까이 더 컸다.
회사 측은 “하반기부터 반도체 다운턴(하락 주기)이 지속되면서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감소했다”며 “투자와 비용을 줄이고 성장성 높은 시장에 집중해 업황 악화로 인한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올해에도 메모리 업황 부진이 이어지면서 SK하이닉스의 적자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에프앤가이드의 SK하이닉스 영업이익 컨센서스에 따르면 회사는 1분기 1조 9189억 원, 2분기 1조 8567억 원의 적자를 각각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상보다 나쁜 실적에도 불구하고 SK하이닉스는 올해 투자 규모를 2022년 대비 50% 이상 줄인다는 기존 계획 외에 추가적인 투자 감축은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우현 SK하이닉스 부사장(CFO)은 이날 실적 발표 후 진행한 컨퍼런스콜에서 “팹 규모, 필수적인 인프라 투자 등을 고려하면 이미 적정 수준으로 축소했다는 판단”이라며 “추가적인 투자 감축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0월 3분기 실적발표회에서 2023년 투자 규모를 2022년 대비 50% 이상 줄이겠다고 밝혔다. 또 감산을 통한 수요·공급 균형을 이뤄 수익성을 개선하겠다고 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4분기부터 주요 생산라인의 웨이퍼 투입량을 줄이는 등 감산에 돌입했다.
SK하이닉스 뿐 아니라 3위 업체인 미국의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또한 대대적인 설비투자 감축과 감산을 선언한 상황이다. 업계 1위인 삼성전자는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설비 재배치 등을 통한 간접적인 감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올해도 시장 위축이 이어지겠지만 하반기부터는 상황이 점차 호전될 것으로 전망했다. 고점 대비 메모리의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졌고 새로운 중앙처리장치(CPU)가 출시되는 상황 등을 감안하면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들의 수요가 점차 늘어날 것이란 설명이다. 김 부사장은 “데이터센터용 DDR5와 176단 낸드 기반 기업용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확보한 만큼 시장 반등 시 빠르게 턴어라운드(흑자 전환)를 해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SK하이닉스는 초유의 적자 속에서도 전 임직원에게 기준급의 820%를 초과이익분배금(PS)으로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하반기 적자(-456억 원)에도 불구하고 자회사인 솔리다임의 실적을 2025년까지 제외하기로 하면서 PS를 지급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당초 회사는 PS를 하반기 영업이익이 흑자일 경우에만 지급하기로 했다. 어려운 업황 속에서 조직 분위기를 다잡기 위한 격려 차원이라는 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