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기·벤처

[단독] KDB실리콘밸리의 첫 베팅…'바이오·농업로봇' 찍었다

■ 美 벤처투자 시장 출사표

한인 창업기업 진에딧·조르디에

450만달러 규모 1·2호 직접투자

MTVP 등 5개 벤처펀드도 출자

유명 VC와 탄탄한 네트워크 구축

올해 직접투자 5건 등 추가 추진

한미 벤처생태계 가교역할 강화






KDB산업은행의 미국 벤처캐피털(VC)인 ‘KDB실리콘밸리’가 1년간의 준비를 끝마치고 유전자 치료제 개발 스타트업과 농업 로봇 스타트업을 각각 1호·2호 투자처로 낙점해 주목된다. KDB실리콘밸리가 2021년 말 설립된 후 벤처펀드 출자를 포함해 미국 벤처 산업에 투자한 자금은 2500만 달러(약 308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KDB실리콘밸리는 최근 유전자 치료 스타트업인 ‘진에딧’과 로봇 기반 농업 스타트업 ‘조르디’에 잇따라 총 450만 달러(약 55억 원)를 투자하며 미국 벤처투자 시장 진출의 첫 테이프를 끊었다.

KDB실리콘밸리는 그동안 미국의 유명 VC의 벤처펀드에 출자하는 간접투자 활동을 통해 현지 투자 네트워크 구축에 집중했는데 이제부터는 유망 스타트업에 대한 직접투자를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KDB실리콘밸리는 산업은행에서 1억 달러(약 1232억 원)를 출자한 100% 자회사로 2021년 11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 마운틴뷰에 사무실을 열고 출범했다. 산업은행 넥스트라운드실 팀장 출신의 서성훈 법인장이 회사를 이끌고 있다.



KDB실리콘밸리의 1호 투자처로 낙점해 300만 달러(약 37억 원)를 투자한 진에딧은 이근우 대표와 박효민 수석부사장이 공동 창업한 유전자 치료제 전달체 개발 바이오테크다. 이 대표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과학과를 졸업하고 UC버클리대에서 바이오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2016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진에딧을 창업, 올해로 설립 7년 차에 접어들었다. 이번 투자에는 KDB실리콘밸리뿐 아니라 미국의 유명 VC인 세쿼이아캐피털을 비롯해 ACVC파트너스 등도 투자자로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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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B실리콘밸리는 두 번째 투자도 곧장 단행해 미국 현지에서 유망 스타트업 발굴에 속도를 높였다. 2호 투자처로 선택한 곳은 로봇 기반 농업 스타트업인 ‘조르디’로 150만 달러(약 18억 원) 규모 투자를 검토 중이다. 국내 VC인 DSC인베스트먼트도 공동 투자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조르디는 미국 보스턴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인공지능(AI)과 농업 로봇을 활용해 딸기나 포도 등의 작물이 온실에서 잘 자랄 수 있게 관리하고 수확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최근 들어선 로봇을 활용해 직접 재배·수확한 딸기를 판매하고 있기도 하다. AI와 로보틱스 기술 분야에서 높은 전문성을 보유한 이길우 대표가 설립자다. 이 대표는 매사추세츠공대(MIT) 컴퓨터과학과를 졸업하고 카네기멜런대에서 로보틱스 관련 석사 학위를, 워싱턴대에서 박사 학위를 각각 받았다.

KDB실리콘밸리는 직접투자에 앞서 미국 유명 VC들의 벤처펀드 출자자로 나서면서 탄탄한 네트워크를 구축해왔다. 설립 이후 현지 벤처펀드에 출자한 금액은 2050만 달러(약 253억 원) 수준이다. 진에딧과 조르디에 대한 직접투자액까지 합하면 전체 투자금은 2500만 달러로 늘어난다.

KDB실리콘밸리는 설립 초기 현지 VC가 조성하는 벤처펀드에 건당 약 300만~500만 달러를 출자하는 간접투자 활동에 집중했다. 벤처펀드 출자를 통해 미국 VC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나아가 현지 한인 창업 스타트업은 물론 국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유도하려는 목적이었다.

KDB실리콘밸리는 현재 총 5곳의 미국 현지 펀드에 출자자로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세계 최대 사모펀드인 블랙스톤에서 분사한 밀레니엄테크놀로지밸류파트너스(MTVP)가 조성한 벤처펀드가 대표적이다. MTVP의 경우 페이스북(현 메타)을 비롯해 알리바바·트위터 등에 투자해 큰 수익을 기록한 곳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또 프라이머사제파트너스·GFT벤처스·에너지트랜지션벤처스가 조성한 벤처펀드에도 출자자로 이름을 올렸다.

KDB실리콘밸리는 올해도 활발한 투자 활동을 통해 미국과 한국 벤처 생태계를 연결하는 역할을 더욱 강화해나갈 계획이다. 스타트업에 대한 직접투자 5건 이상, 벤처펀드 출자 3건 이상을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또 이를 위해 추가 인력 2~3명을 채용해 활동 범위를 확대하고 투자에 대한 전문성도 높인다는 계획이다. 서성훈 KDB 실리콘밸리 법인장은 “지난 1년 동안 많은 준비를 했고 미국의 벤처투자 심리도 되살아나고 있는 만큼 올해부터는 더욱 적극적인 투자 활동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며 “현지 VC들과 협력해 국내 스타트업의 미국 진출을 돕는 것은 물론 한인 창업자들의 든든한 파트너가 되겠다”고 말했다.


류석 기자·실리콘밸리=정혜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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