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일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찾아 참배했다. 지난해 2월 국민의힘 대선 후보 신분으로 생가를 방문한 지 약 1년 만이다. 윤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통령 생일을 하루 앞두고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데에는 ‘나경원 불출마 사태’ 등으로 인한 보수층 내 균열을 다독이려는 의도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날 경북 구미의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해 추모관에서 헌화 및 참배했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은 추모관에서 헌화와 분향 그리고 묵념을 올려 박정희 전 대통령에 예를 표한 후 박동진 생가 보존회 이사장으로부터 내부에 전시된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생전 사진에 대한 소개를 듣고 환담을 나눴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방명록에 ‘위대한 지도자가 이끈 위대한 미래 국민과 함께 잊지 않고 이어 가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이철우 경북지사, 김장호 구미시장, 구자근·김영식 국민의힘 국회의원 등이 동행했다. 약 2000명 가까운 지지자들이 박수와 환호로 윤 대통령을 맞이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님 힘내세요’라고 외치는 지지자들과 악수를 나누기도 했다. 다만 참배 일정은 대통령실 출입 기자들에게는 공지되지 않고 비공개로 진행됐다.
윤 대통령의 박 전 대통령 생가 방문은 정치 참여를 선언한 뒤 이번이 세 번째다. 2021년 9월에 국민의힘 대선 경선 예비후보 신분으로, 지난해 2월 18일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그리고 이날 대통령 신분으로 생가를 찾았다. 윤 대통령은 오는 2일 생일을 맞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는 전날 전희경 정무1비서관을 직접 대구 달성 사저로 보내 축하 난을 전달했다.
윤 대통령의 이번 구미 방문은 올해 첫 지방 일정이다. 첨단 과학기술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인재 양성이 가장 중요하다는 인식 하에 제 1차 인재양성전략회의를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기 위해서였다. 회의 장소는 금오공과대학교였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69년 구미 산업단지를 조성한 뒤 고급 산업 인력 양성을 기치로 1979년 금오공대를 설립했다. 윤 대통령은 인재양성전략회의 모두 발언에서도 “금오공대는 국가 미래에 대한 탁월한 통찰력을 가지신 박정희 대통령께서 1975년부터 대학 설립을 추진하고, 돌아가시기 한 달 전에 최종 재가를 하시고 1980년에 개교가 된, 박정희 대통령의 얼·숨결이 살아있는 곳”이라고 박정희 전 대통령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이 이처럼 박정희 전 대통령 모시기에 나선 건 최근 텃밭으로 불리는 대구·경북(TK) 내 지지층 이탈이 심상치 않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윤심(尹心)’ 논란에 휩싸이면서 전통적인 당원들이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일부 거둬들이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리얼미터가 30일 발표한 1월 4주차 윤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에서 TK 지역의 긍정 평가는 41.7%(전체 응답자 37%)로 나타났다. 2주차 조사에서 집계된 52.3%와 비교하면 10.6%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3주차 조사에서 TK 지역 긍정 평가는 43.1%였다.
윤심 후보의 약세도 뚜렷하다. 한국갤럽이 지난 26~27일 전국 만18세 이상 남녀 1006명을 대상으로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결선투표를 가정해 실시한 양자 대결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의원은 59.2%의 지지율을 얻어 김기현 의원(30.5%)을 28.7%포인트 차로 앞섰다.
국민의힘 지지층 410명(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9%포인트)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안 의원의 지지율은 60.5%를 기록해 김 의원(37.1%)보다 23.4%포인트 높았다.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는 당원 투표 100%로 치러진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조사 참고)
당권주자들, ‘보수의 심장’ 대구로 집합
국민의힘 당권주자들은 이날 윤 대통령의 구미행에 발맞춘 듯 모두 대구로 향했다. 당 대표 후보 등록을 하루 앞두고 핵심 당원 표심에 손을 내밀기 위해서다.
김기현 의원은 대구 서문시장에서 ‘이기는 캠프 대구 출정식’을 열고 “대통령과 신뢰 관계가 잘 형성되어있고 서로의 철학을 이해하고 가감없이 민심을 전달할 수 있는 후보는 오직 김기현 뿐”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출정식에는 대구 지역 국회의원들이 대거 참석했다.
김 의원은 “대통령과 당이 화합하지 못해서 어려움을 겪은 것이 한두번이 아니다”라며 “이번 전당대회에서 선출되는 당 대표는 자신의 욕심을 위해 역량을 키우고 대선을 준비하는 과정이 아니라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후보가 선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철수 의원은 대구 서구·북구 지역 당원 협의회를 연달아 방문해 당원 간담회를 진행했다. 안 의원은 “지난 총선의 패배는 수도권의 패배였다. 결국 수도권이 승부처”라며 자신의 중도 확장성을 강조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해서는 “감옥 갈 사람”이라는 거친 표현도 쏟아냈다.
안 의원은 “저는 윤 대통령과 굉장히 일을 하는데 궁합이 잘 맞고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당시)중요 발표는 당선인이 하고 저는 뒤에서 묵묵하게 110대 국정과제를 잘 조율했다”고도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