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 먹통 사태’ 이후 야권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온라인플랫폼 규제 법안(온플법)이 입점 업체 등에 약 31조 원가량의 생산 감소를 유발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소비자들에게도 최대 약 2조 원의 사회적 손실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재점화된 온플법의 향방은 우선 이번 달로 예정된 국회 임시회에서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1일 스타트업 민관 협력체인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최근 발간한 리포트에 따르면 온플법이 제정될 경우 입점업체 측에 입힐 사회적 손실은 약 31조 원, 고용 감소는 약 22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세부적으로 보면 플랫폼상 거래액은 13조 원가량 줄고 이에 부수하는 각종 수출입, 배송 등 영역의 생산액은 18조 원 줄어든다는 계산이다.
생산액이 쪼그라드는 것은 플랫폼 사업자를 향해 각종 규제가 결국 영세한 입점 업체들에 대한 진입 장벽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연대 책임, 손해 배상 의무 등 플랫폼의 책임이 무거워지면 이에 대응하기 위해 플랫폼도 엄격한 진입 허가를 요구하게 된다. 이를 통과할 여력이 없는 영세 사업자의 경우 진입 자체를 포기할 수 있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대학 교수는 “작은 기업들은 간단한 서류 작업 하나만 추가돼도 큰 장애가 될 수 있다”며 “게임 산업에서도 보듯 행정 규제가 많아지면 작은 기업들의 창의적 시도가 눈에 띄게 줄어든다”고 말했다.
공급과 소비가 긴밀히 결합된 플랫폼 영역에서 공급 측면의 효율성 저하는 결국 소비자 손실로 이어진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대 2조 2000억 원의 소비자 효용을 감소시킬 전망이다. 한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관리비용이 늘면 플랫폼도 결국 등록비나 중개비를 높여야 하고 이는 연쇄적으로 입점 업체의 상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상품의 질이나 서비스의 개선 없이 가격만 상승해, 소비자의 만족과 후생은 감소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간 활발히 논의되던 온플법은 자율규제를 앞세운 이번 정권 들어 잠잠해졌다 지난해 카카오톡 먹통 사태를 기점으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해 11월께부터 오기형, 배진교, 윤영덕 등 야권 의원들의 법안 발의가 다시 이어졌고 최근에는 공정위까지 온라인 플랫폼 심사지침을 공개하며 힘을 보탰다. 세부적으로 차이가 있지만 법안들의 핵심은 플랫폼과 입점업체간 기업간 거래, 플랫폼과 소비자간 거래에서 플랫폼의 책임을 강화하고 문제 발생시 플랫폼의 의무를 무겁게 하는 것이다.
일괄적 법 규제가 시장 활력을 꺾일 수 있다고 우려하는 업계의 시선은 이번 달 열릴 임시국회로 쏠린다. 온플법이 법안심사소위 안건에 오를 지는 지켜봐야 하지만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최근 여야를 막론하고 온라인 플랫폼 규제 관련 토론회·세미나 등을 개최하는 등 군불을 떼고 있다. 국회 정무위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최근 정무위원장실에서도 토론회를 열었고 공정위까지 나서서 무게감이 급격히 생긴 이슈인 만큼 안건으로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