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비둘기파적 색채와 메타 효과가 겹치면서 나스닥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이 상승했습니다. 나스닥과 S&P가 각각 3.25%, 1.47% 뛴 반면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0.11% 소폭 내렸는데요. S&P는 5개월 만 최고치를 찍었죠.
예상치를 웃돈 매출과 400억 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 소식에 메타가 2013년 이후 최대치인 23.28% 폭등했고, 장마감 후 실적발표를 한 애플(3.71%)과 알파벳(7.28%), 아마존(7.38%) 등이 뒤를 받쳤습니다. 이날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연 3.33% 선까지 떨어졌는데요. 2년 물은 지난해 9월 이후 처음으로 4.1% 아래로 하락했습니다.
유럽의 소식도 한몫했는데요. 유럽중앙은행(ECB)은 0.5%포인트(p)의 금리인상과 함께 3월에도 0.5%p를 더 올리기로 했습니다. 영란은행은 0.5%p를 인상하면서도 조만간 금리인상을 중단할 수 있다고 밝혔는데요. 크게 △비둘기 FOMC △메타 효과 △유럽 긴축종료 기대 △국채금리 하락 등이 기술주 중심으로 증시를 이끌었죠. 오늘은 FOMC 관련 소식과 고용지표, 증시 전망에 관해 알아보겠습니다.
“주식, 채권, 암호화폐 시장 모두 파월 말에 회의적”…퍼거슨 “한번 또는 두번 더 올린댔는데 시장은 2번째 가능성 무시”
우선 하루가 지난 만큼 시장의 FOMC 관련 추가 분석부터 보죠.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주식과 채권,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연준이 금리에 있어 블러핑(허세)을 하고 있다는데 걸고 있다”며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이 끝나지 않았다고 하지만 많은 이들은 여기에 회의적”이라고 짚었습니다.
실제 올 들어 모든 가격이 올랐는데요. 나스닥과 S&P는 최근 한 달간 17.4%, 9.3%가 상승했습니다. 연초 3.7%대였던 10년 물 미 국채금리는 지금 3.3% 선까지 하락(가격상승)했는데요. 비트코인은 41%, 이더리움도 35% 가까이 폭등했죠. 비트코인은 한때 개당 2만4000달러를 넘기도 했는데요. 금리인상이 더 있고, 더 오래 높은 금리를 유지한다는 데도 나온 현상이죠. 조한 그란 알리안츠 투자운용의 헤드는 “시장은 연준의 블러핑이라고 한다”고 전했습니다.
사실 어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시장과 연준의 시각차를 전망에 차이가 있다는 것으로 얘기하면서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는 투로 언급했는데요.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2%로 되돌리는 게 업무고, 시장은 시장의 특성이 있다는 논리였지만 내가 맞을 수도 있고 월가가 옳을 수도 있다는 식의 답변이었습니다. 달리프 싱 PGIM 픽스드 인컴의 수석 글로벌 이코노미스트는 “연준 입장에서 가장 큰 위험은 인플레이션이 다시 상승하도록 놔두는 것이지만 투자자들에게는 증시 반등 기회를 놓치는 것”이라고 설명했는데요.
생각은 다를 수 있습니다. 문제는 뚜렷한 근거없이 그 격차가 커질 경우 나중에 필요 이상의 긴축을 해야 해 시장이 엄청난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 때문에 당국자는 이를 적절히 관리해야 하는데요. 이런 측면에서 보면 연준이 이를 그냥 놔둔다는 것 자체가 시장이 연준의 말을 믿지 않는 근거가 되는 셈입니다. 로저 퍼거슨 전 연준 부의장은 미 경제 방송 CNBC에 “파월 의장은 확실히 한번 또는 두번 더 금리를 올린다고 했고 추가 한번은 들어오는 데이터에 따라 한다고 했다”며 “하지만 시장은 2번째 가능성을 무시하고 있다. 연준이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라고 했는데요.
중요한 건 ‘1+1’(3월 0.25%p 올린 뒤 5월은 데이터 따라 인상)의 확률을 낮게만 봐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억만장자 투자자 레이 달리오 브릿지워터 어소시에이츠 설립자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주거용 부동산은 하락하지만 가계부문은 이전보다 나으며 더 많은 돈을 받고 있다”며 “우리는 인플레이션이 3.5% 정도면서 성장률은 1%에 근접한 스태그플레이션에 가까운 상황을 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했는데요.
이날 업데이트된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의 인플레이션 나우캐스팅에 따르면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대비 6.44%, 전월 대비로는 0.63% 상승하는 것으로 예상됩니다. 근원 CPI는 각각 5.58%, 0.46%인데요. 지난해 12월 CPI는 전년 대비 6.5%, 전월비 -0.1%였죠. 근원 CPI의 경우 5.7%, 0.3%였는데요. 전년도는 크게 떨어지지 않고, 전월비로는 다시 상승할 수 있어 보입니다. 공식 1월 CPI는 14일에 나오는데 아직 월가의 전망치는 없습니다. 클리블랜드 연은의 연율 기준 1분기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예상치도 3.92%에 달하는데요. 키스 러너 트루이스트 어드바이저리 서비스의 공동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연준의 피벗(정책전환)이 경제가 약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면 그것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며 “지금이 경제 재반등의 시작이라는 데 회의적”이라고 봤는데요.
파월 의장이 최근 1년 간 상당히 긴축했다고 한 금융시장 여건도 보기에 따라 차이가 나기도 합니다. 시카고 연은의 국가금융여건지수(NFCI)를 보면 1월27일이 -0.35로 지난해 1월28일 -0.58보다 덜하지만 지난해 4월 수준은 되는데요. 이 지수는 +면 긴축, -면 완화를 뜻합니다. 연준은 지난해 3월부터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는데요. 모기지 뉴스 데일리 3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평균금리가 이날 5.99%로 하락, 지난해 9월 이후 처음으로 5%대로 내려왔다고 합니다. 계속 완화하면 최근 1년치 하락분도 상당 부분 메울 수 있습니다.
“실업수당 청구 또 예상 하회 18.3만 4분기 생산성도 깜짝 상승”…“고용, 너무 약하면 침체, 너무 강하면 추가인상 골드만은 30만 개 예상도”
이번엔 노동 관련 지표를 보겠습니다. 생산성이 상승해 임금 인플레이션 둔화 기대를 더 키웠는데요. 이날 나온 지난해 4분기 노동자 생산성이 연율 기준 3%로 3분기(1.4%)보다 크게 올랐습니다. 시장 전망치 2.4%를 웃돌았는데요. 노동시장이 빡빡함에도 나온 결과입니다.
생산성이 올라가면서 단위노동비용은 1.1% 상승하는 데 그쳐 월가 예상치(1.5%)를 하회했는데요. 단순하게 보면 임금을 더 받더라도 생산성이 높으면 문제가 없겠죠. 제레미 시겔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스쿨 교수는 “지난해 450만 개의 일자리가 증가했지만 국내총생산(GDP)은 거의 늘지 않았는데 이는 생산성의 붕괴 때문”이라며 “만약 우리가 생산성이 다시 오르는 것을 본다면 일자리는 줄 수 있지만 GDP는 생각만큼 나쁘지 않을 수 있다. 기업들은 비용절감을 위해 과잉인력을 줄일 것”이라고 했는데요.
폴 애쉬워스 캐피털 이코노믹스 북미 수석 이코노미스트의 생각도 비슷하죠. 그는 “실업률이 오르지 않고 구인건수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견고한 상황에서 노동시장은 더 이상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하는 핵심 요소가 아닌 것 같다”고 평가했습니다.
어쨌든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노동시장이 여전히 타이트함을 보여줬는데요. 이날 나온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18만3000건으로 블룸버그와 다우존스 집게치 19만5000건을 모두 하회했습니다. 이는 전주 18만6000건보다도 3000건 낮은데요. 변동성이 줄어드는 4주 이동평균 역시 19만1750건으로 전주(19만7500건)보다 5750건 쪼그라들었습니다. 토마스 시몬스 제프리스의 머니 마켓 이코노미스트는 “노동시장은 매우 타이트하다. 우리는 결국 둔화할 것으로 믿지만 균열이 가는데 시간이 더 오래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는데요.
최소 2주 연속 실업수당을 청구한 계속 청구건수도 165만5000건으로 1만1000건 감소했는데요. 리디아 보우수르 EY-파르테논의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기업들은 지난해 채용에 큰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에 경기가 약해지는 상황 속에서도 광범위한 해고를 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페덱스만 해도 어제 10%의 인력을 내보내기로 했지만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노동시장이 둔화하더라도 천천히 이뤄질 것이며 시간이 더 오래 걸릴 것임을 보여주는데요. 3일 나올 1월 비농업 일자리는 블룸버그 집계상 19만 개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골드만삭스는 30만 개가 늘어날 수 있다고 보는데요. 지난해 12월은 22만3000개였습니다.
실업률은 계속해서 3.6%로 점쳐집니다. 시간당 평균 임금은 지난해 12월처럼 전월 대비 0.3%일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블룸버그는 “미국 노동시장이 둔화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연준 입장에서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파월 의장도 노동시장이 좀 더 균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었죠.
강한 고용은 인플레이션이 떨어질 때까지 추가로 미국 경제가 버틸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는 것인 만큼 그 자체로는 연착륙 가능성을 높인다고 볼 수 있는데요. 다만, 적절히 노동시장이 둔화하지 않으면 임금상승세와 서비스 물가가 확 꺾이지 않을 수 있어 더 많은 금리인상을 불러올 요인이 된다는 점을 함께 보는 게 중요합니다.
도이체방크의 선임 미국 이코노미스트 브렛 라이언은 “만약 고용데이터가 정말로 약하면 경기침체를 걱정해야 하고 반대로 너무 강하면 그것은 연준이 더 매파적으로 나올 것임을 의미한다”고 전했는데요. 애나 웡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은 실업률을 크게 높이지 않고 인플레이션을 잡을 수 있는 소프트랜딩 시나리오가 가능하다는 데 희망을 걸고 있다”면서도 “고용시장의 느린 둔화는 연준 인사들이 인플레이션이 확실히 하향세에 있다는 점에 회의를 품게 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빅테크가 당분간 시장 방향 좌우”…“베어마켓 랠리에 시장 지나치게 과매수”…“파월이 투기 광풍에 그린라이트”
마지막으로 증시 상황 보겠습니다. 리사 샬렛 모건스탠리 투자운용의 CIO는 “시장이 비정상적으로 과매수된 상태다. 상당 수가 유동성에 주도하고 있다"며 “우리는 사람들이 또다른 베어마켓 랠리에 뛰어들고 있다고 보며 최악이 아직 오지 않은 2000년 1월과 비슷하다는 느낌”이라고 했는데요.
그는 “시장이 연준을 잘못 읽고 있다”며 “견고한 노동시장과 강한 경제는 연준이 인플레이션과 싸우기 위해 금리를 더 높게 유지할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1월 랠리에 힘입어 상황을 좋게 보는 이들이 많은데요. 아비바 인베스터스의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스티브 라이더는 “연준과 영란은행이 금리인상 사이클의 종점에 거의 다다랐다는 힌트를 줬고 ECB도 긴축이 끝나는 데 좀더 편안해보였다”며 “이런 상황은 국채의 변동성을 줄이고 매력적인 수익 기회를 낳을 것으로 본다”고 점쳤습니다.
올해 증시가 10~15% 뛸 수 있다는 예측도 있습니다. 강세의 원인이 다르긴 하지만 제레미 시겔 와튼 스쿨 교수는 “3월에 나올 2월 고용보고서가 마이너스를 기록할 수 있으며 연준이 훨씬 더 빨리 금리를 내리게 할 수 있다”며 “하반기에 금리가 크게 내려갈 수 있고 증시가 10~15% 상승할 수 있다”고 짚었는데요.
연준의 금리인상폭 축소에 달러강세가 끝날 것이라는 기대도 적지 않습니다. 이는 증시에 호재인데요. 도이치뱅크의 스테파니 홀츠-젠은 “달러강세가 끝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봤습니다.
파월 의장이 과도한 증시투자를 부추겼다는 지적도 있긴 합니다. JP모건체이스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소매 투자자들의 증시 거래량이 전체의 23%를 차지해 2021년 밈주식 열풍 당시의 22%보다도 높다고 하는데요. 개인 단기투자자들이 카바나와 루시드 같은 주식 폭등을 일으키는 상황에서 어제 FOMC는 증시가 더 올라도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는 신호를 줬죠. 존스트레이딩의 수석 시장 전략가 마이클 오루크는 “(파월의 어제 발언이) 투기가 지속할 수 있도록 그린라이트를 켜줬다”고 지적했는데요.
당분간은 빅테크 실적이 장을 좌우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UBS자산운용의 브래드 번스타인 매니징 디렉터는 “연준이 금리인상 속도를 늦추기는 했지만 인플레이션과 긴축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불확실성이 많다”며 “투자자들은 이제 빅테크 어닝에 초점을 맞출 것이며 빅테크 업체들의 어닝 가이던스가 단기적으로 시장의 방향성을 정할 것”이라고 분석했는데요.
실제 이날 장마감 후에 나온 주요 업체의 실적이 썩 좋지 않았습니다. 알파벳은 레피니티브 기준 주당순이익(EPS) 1.18달러에 765억3000만 달러 매출이 예상됐지만 실제로는 EPS 1.05달러, 매출 760억500만 달러에 그쳤습니다. 둘 다 놓쳤는데요. 유튜브 광고매출도 79억6000만 달러에 그치면서 전망치(82억5000만 달러)에 못 미쳤고 클라우드 매출도 73억2000만 달러로 전망치(74억3000만 달러)를 하회했습니다. 알파벳은 시간외 거래에서 5% 넘게 하락하기도 했는데요.
아마존은 4분기 1492억 달러의 매출을 올려 전망치 1454억2000만 달러를 넘었지만 올 1분기 매출 전망치가 1210~1260억 달러로 월가 예상치(1251억 달러)보다 약한 가이던스를 제시했는데요. 퀄컴은 매출(94억6000만 달러)이 예상(96억 달러)보다 낮았습니다. 이번 분기도 안 좋을 전망인데요. 대장주 애플도 주춤했습니다. 지난해 4분기 매출이 1171억5000만 달러로 예상치 1211억 달러를 못 맞췄고 전년 대비 5.49%나 쪼그라들었는데요. 2019년 이후 가장 나빴습니다. EPS도 1.88달러로 예상(1.94달러)에 못 미쳤고, 주력인 아이폰 매출 역시 657억8000만 달러로 월가 예상(682억9000만 달러)보다 저조했죠.
증시는 앞서나가는데 거시경제 지표는 엇갈리고 인플레이션과 노동은 언제 확 줄어들지 판단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빅테크도 실적이 서로 다르죠.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큰데요. 당장 내일 나올 1월 고용보고서부터 잘 분석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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