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해는 국내 모빌리티 시장의 판도를 흔들 사건들로 가득했다. 데이터센터 화재나 대형택시의 대중화, 심야시간 택시 승차난도 업계 지형 변화를 추동했다. 이에 이용자 수요가 일정 기간 여러 플랫폼으로 분산되며 업계 1위 카카오모빌리티의 아성에 금이 가기도 했지만 이용자 지형은 결국 원상복귀했고 이용자들은 평소 쓰던 카카오모빌리티로 돌아왔다.
잇단 풍파 속에서도 카카오모빌리티가 입지를 지킨 데는 우선 이 회사의 기술 역량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라는 국민 모바일 플랫폼을 업고 타 플랫폼에 비해 많은 가입자를 확보했을 것이라 짐작하게 되지만, 2위 플랫폼과 기사 가입자 수 차이는 3만 명 정도다. 차이를 빚은 것은 배차 시스템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즉시성이 요구되는 이동 서비스의 특성상, 기사와 이용자를 매칭해 빠르게 만날 수 있도록 하는 배차 기술은 서비스 역량 차이로 이어진다. 대다수의 국내 택시 호출 애플리케이션(앱)이 특정 반경 내의 불특정 다수의 택시에 콜을 발송하고, 콜을 먼저 수락하는 기사가 기회를 갖는 식의 운영 방식을 내세운 반면, 카카오모빌리티는 인공지능(AI) 배차시스템을 도입, 기사들의 골라잡기를 줄이고 서비스 품질 향상을 유도할 수 있는 해결책을 제시했다. 이 시스템은 호출이 발생한 요일, 시간대, 출발·도착지 인근 택시 수요공급 현황, 운행 패턴 등 30여 가지 변수를 머신러닝으로 분석해 ‘승객에게 빠르게 도착 가능하면서’ ‘해당 콜을 수락 확률도 높은’ 기사를 예측해내는 방식이다.
정확한 위치정보 제공도 한 요인으로 떠오른다. GPS 정확도가 높아야만, 이용자가 지정한 도착지와 실제 택시 도착지가 일치해 원활한 서비스가 이뤄질 수 있다. 여기에는 기사와 이용자의 정확한 위치를 인식하는 ‘측위’ 기술이 중요하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기존 GPS 신호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맵매칭 기술 개발에 꾸준히 투자해 왔다. GPS 위치, 도로 네트워크 배치, 길 안내 정보 등을 종합해 운전자와 승객의 현재 위치에 대한 모든 경우의 수를 찾고, 경우 수 별로 확률을 계산해 가장 높은 확률을 보인 경우로 현재 위치를 특정하는 방식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내비게이션 기술 내재화에도 빠르게 나섰다. 택시 서비스 출시 2개월 뒤인 지난 2015년 5월 ‘국민내비 김기사’를 인수해 ‘카카오내비’로 탈바꿈했다. 2009년 설립된 우버가 2016년에, 2012년에 설립된 리프트가 지난해에 들어서야 자체 지도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나선 것보다 앞선 행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