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금융위원회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주인 없는 기업’에 대한 지배구조 문제를 정조준함에 따라 금융 당국이 후속 조치 마련에 본격 착수했다.
5일 금융위에 따르면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2일 이세훈 사무처장을 중심으로 소유분산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 후속 대처를 지시했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김 위원장 지시로 태스크포스(TF) 등 논의 체계 구성을 검토 중”이라며 “다만 이슈가 금융 이외의 부분들까지 다루고 있기 때문에 다른 부처와의 협의가 필요한지 등을 더 논의해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금융위 업무보고를 받으며 “은행이 공공재 측면이 있기 때문에 공정하고 투명하게 거버넌스를 구성하는 데 정부가 관심을 보이는 것은 관치의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당시 업무보고에 참석한 기업지배구조 전문가 조명현 고려대 교수(전 한국지배구조원장)의 “KT, 금융지주 등 소위 소유분산 기업들은 현직 최고경영자(CEO) 임기 만료 시기가 올 때마다 연임 관련 잡음이 계속된다. 소유분산 기업에서 계속되는 현직 CEO의 ‘참호 구축’ 문제가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일침에 공감을 표시하면서다.
김 위원장 역시 ‘내치’라는 표현을 통해 문제 의식을 드러낸 바 있다. 그는 지난해 12월 관치 논란에 정면 반박하며 “내치는 주인도 없는데 CEO가 우호적인 세력만 주변에 (세워)놓고 계속해서 그들 중심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인사하는 건 맞느냐”고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이 같은 인식이 반영된듯 윤 정부 출범 이후 임기 만료를 앞둔 금융지주사 CEO는 3일 우리금융을 끝으로 모두 물갈이가 예정됐다. 특히 진통이 컸던 우리금융에는 박근혜 정부에서 금융위원장까지 지낸 임종룡 법무법인 율촌 고문이 내정됐다. 임 내정자가 ‘조직혁신’과 ‘신(新)기업문화’ 정립을 기치로 내건 만큼 내부에서 주인 없는 기업의 황제가 된 지주회장의 전횡을 바로잡는데 집중할 전망이다. 임 내정자뿐만 아니라 이석준 농협금융지주 회장(전 국무조정실장)도 현 정부 국정 철학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금융지주 회장단 내에서 자성의 목소리를 높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밖에서는 금융위가 TF 등을 꾸려 소유분산 기업들에 대한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 강화와 이사회 기능 제고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비금융사의 지배구조 개선 논의까지 포함하는 만큼 ‘상장사’로 범위를 넓혀 ESG(환경·사회적 책무·기업지배구조) 이슈로 접근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이와 함께 금융위는 금융사의 내부통제 제도 개선 작업에도 속도를 낸다. 금융위는 우선 고위경영진과 임원들의 내부통제 관련 최종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의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을 마련해 1분기 중 입법예고할 방침이다. 금융위가 내놓을 개정안에는 대표이사에게 금융사고 방지를 위해 적정한 조치를 취할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이 담긴다. 다만 책임 범위는 ‘중대 금융사고’로 한정하고 사고를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합리적 조치를 취했을 경우 책임을 경감·면책해주게 된다. 이사회와 관련해서도 경영진의 내부통제 관리 업무를 감독하도록 감시·감독 의무를 명확화하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