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NM(035760)이 안팎으로 뒤숭숭한 연초를 보내고 있다. 최근 내놓은 콘텐츠들이 기대 이하의 성적을 올리고 있는 와중에 조직개편에 따른 인력 감축 움직임으로 불만도 터져 나오는 상황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CJ ENM이 진행하고 있는 조직개편·구조조정 방식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을까에 대한 회의적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CJ ENM 영화 부문의 연말연시 기대작이었던 ‘영웅’과 ‘유령’은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손익분기점이 350만 명으로 알려진 영웅은 지난해 12월 21일 개봉해 개봉 7주차인 이달 6일 315만 명을 넘지 못했다. 손익분기점이 335만 명인 유령은 지난달 18일 개봉해 6일 61만 6987명의 관객에 그쳐 흥행 참패 수준이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CJ ENM 영화의 박스오피스 점유율은 1.6%였다.
엠넷의 주력 콘텐츠였던 오디션·서바이벌도 부진했다. ‘스트릿 맨 파이터’는 전작 ‘스트릿 우먼 파이터’ 만큼의 화제성을 낳지 못했고, ‘쇼미더머니11’ 역시 과거의 영광을 되찾지는 못했다.
주요 매출을 담당하는 방송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닐슨미디어에 따르면 CJ ENM 계열의 채널 통합 시청률은 2022년 2월 2.53%였는데, 12월에는 2.05%로 20% 내외 감소했다. 시청점유율도 2022년 3월에는 10.0%였는데 12월에는 8.9%까지 떨어졌다. 프라임타임 프로그램의 광고단가는 2019년 이후 거의 상승하지 않았다. 이런 탓에 CJ ENM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했다. 이기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원가는 글로벌인데 주요 매출이 내수에서 발생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스튜디오 피프스시즌·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의 글로벌 영업이익 발생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지난해 10월 선임된 구창근 신임 대표는 예상대로 올 초 창사 이래 최대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9개 본부를 5개로 줄이고, 국장 직급도 없애고 팀을 통합했다. CJ ENM 관계자는 “콘텐츠 산업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조직 슬림화를 추진한 것"이라며 "인력 감축 자체가 목표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직장인 익명 앱 블라인드에서는 조직원들의 불만이 나오고 있다.
지난 2일 올라온 글에 따르면 CJ ENM은 일정 수준의 인력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작성자는 “국장이 팀장이 되고 팀장이 사원이 되며 업무 비효율성이 늘었고, 상관도 없는 팀이 통합됐다”고 밝혔다. 또 “팀장들에게 구조조정 명단을 작성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시스템적으로 돌아가는 타 산업과 달리 엔터 산업은 사람 하나하나가 중요한데 이런 식의 구조조정이 회사에 도움이 될 지 의문”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구 대표가 애널리스트 출신인 만큼 단기적으로 재무제표 숫자를 예쁘게 만들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 사업 측면에 있어서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