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정찰풍선서 서방제 부품 확인…美, 中에 '더 가혹한' 추가 규제 임박

■'정찰 풍선' 對中 압박 수위 높이는 미국

신호 수집용 다중 안테나 장착

기상기구 장비와 확연히 달라

첨단기술 수출통제 확대 예고

투자제한 조치도 조만간 발표

하원 규탄결의안 만장일치 채택

FBI는 풍선 용도 규정에 '신중'

미국 연방수사국(FBI) 특수요원들이 중국 정찰풍선의 잔해를 처리하고 있다. FBI는 9일(현지 시간) 이 사진을 공개하면서 언제 어디서 찍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로이터연합뉴스미국 연방수사국(FBI) 특수요원들이 중국 정찰풍선의 잔해를 처리하고 있다. FBI는 9일(현지 시간) 이 사진을 공개하면서 언제 어디서 찍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영공에서 격추된 중국의 ‘정찰풍선’이 정보 정찰용이었던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미 정보 당국이 수거한 풍선의 잔해에서 서방제 부품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서방 기술이 중국 인민해방군(PLA)의 해외 정찰 활동에 활용된 사실이 확인될 경우 조 바이든 정부가 대중국 기술 통제를 한층 강화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미 의회가 중국 규탄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하는 등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미 정치권이 대(對)중국 압박 수위를 전방위로 높이는 모양새다.

9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와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미 국무부 고위 관리는 이날 성명을 내고 “미군 U-2 정찰기가 촬영한 고해상 사진에 따르면 침투한 풍선은 신호 정보 수집 작업을 수행할 수 있었다”며 “통신 수집과 위치 파악을 가능케 하는 다중 안테나가 풍선에 장착돼 있었으며 이는 기상 기구에 탑재되는 장비와는 다르다”고 밝혔다. 다만 국무부 관리는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점을 감안한 듯 정보의 출처는 밝히지 않았다.

사진 설명사진 설명




특히 주목되는 점은 이 정찰 장비에 서방의 부품이 탑재됐다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정부 관계자들은 이날 의회 비공개 브리핑에서 “영어가 적힌 서방제 부품이 정찰풍선에 탑재돼 있었다”고 보고했다. 어느 국가의 어떤 부품인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서방, 특히 미국 기술이 중국 군사안보에 활용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미국이 중국을 겨냥해 전방위적 기술 통제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국무부에 따르면 풍선 제조사는 중국 인민해방국과 직접적인 상업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다양한 중국 국영기업이 풍선을 연구 및 개발하며 중국군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서방 부품 발견은)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에 군사안보 관련 기술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더 가혹한 조치를 취하도록 자극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미국은 지난해 10월 중국의 반도체 생산 기업에 대한 미국산 첨단 반도체 장비 판매를 금지하는 등 광범위한 기술 수출 통제 조치를 취한 바 있다.

관련기사



나아가 미국이 조만간 중국 기술 기업에 대한 미국 기업의 투자 제한 조치를 실시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NYT에 따르면 미국은 중국의 첨단 컴퓨팅 등 첨단 기술에 대한 미국 기업의 투자를 제한하는 규제를 두 달 내에 발표할 예정이다. 당초 중국의 생명공학 분야도 투자 제한 대상으로 거론됐으나 소식통은 일단 이 분야는 제외됐다고 전했다. 현재는 미국 상공회의소 등이 기업의 피해를 우려해 투자 제한 조치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정찰풍선 사건을 계기로 명분이 약해진 만큼 정부의 강경 노선을 저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날 커린 잔피에어 백악관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우리의 주권 침해를 용납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중국에 보냈다”며 “미국 영공 침범을 지원한 중국군과 연계 조직에 대한 조처를 검토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 의회의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공화당이 다수인 미 하원은 이날 중국 규탄 결의안을 본회의 참석 의원 만장일치로 채택하고 정부에 관련 정보를 지속적으로 공유할 것을 요구했다. 외교·안보 당국자들은 일제히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향후 대책을 쏟아냈다. 멜리사 돌턴 미 국방부 국토방어 및 반구 담당 차관보는 북미 지역의 영공 감시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했고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은 “중국이 자국군을 현대화하기 위해 미국의 기술을 이용하는 것을 계속 차단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찰풍선 잔해의 분석을 맡은 미 연방수사국(FBI)은 풍선의 성격이 섣불리 규정되는 것을 경계했다. FBI에 따르면 현재까지는 풍선의 천·전선·전자부품 일부만 확보된 상태다. FBI 고위 관계자는 “나머지 부품이 대부분 해저에 있어 수거하는 데 오래 걸릴 것”이라며 정찰풍선이 어디에 사용됐느냐는 질문에 답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정보가 수집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김태영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관련 태그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