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연일 화제인 챗GPT가 국내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챗GPT를 본인의 업무에 적용해보고선 놀라움과 함께 당혹감을 느끼는 직장인들이 많다.
국내 기관에서 기업 투자 심사를 담당하는 A(32)씨는 최근 화제를 모은 인공지능(AI) 챗봇 챗GPT를 사용해보고 충격을 받았다.
투자 심사 대상인 2차전지 장비 업체와 관련한 몇 가지 정보만을 챗GPT에게 알려준 뒤 심사위원회 예상 질문 30개를 뽑으라고 하자 위원들이 만든 것과 거의 비슷한 질문을 만들어낸 것이다.
A씨는 해당 회사가 작은 회사임에도 챗GPT가 사업 모델 핵심을 바로 파악해 충격적이었다며 놀라워했다. 그는 “비슷한 일을 하는 분들이 업무 시간이 많이 줄었다며 추천해 알게 됐는데 앞으로 업무 보조 수단으로 유용하게 쓸 것 같다”고 했다.
그는 특히 긴 영문 자료를 한두 문단으로 요약하거나 생소한 사업 모델과 기술을 쉽게 설명하는 기능, 특정 산업에 대한 개괄적 동향과 주의 깊게 봐야 할 점을 알려주는 기능이 유용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6년 바둑기사 이세돌 9단과 알파고 간 ‘세기의 대국’처럼 혁신적 AI 기술 등장에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분위기다.
개발 파트 업무를 하는 B(32)씨는 “코딩이나 네트워크 관련 정보를 찾으려면 구글이나 네이버 블로그 게시물을 이것저것 찾아가며 공부해야 했는데, 챗GPT는 사람에게 묻듯 질문을 던지면 그에 대해 잘 정리된 답을 내놨다”며 “친절한 콜센터 직원 같았다”고 전했다.
개발 도구에서 ‘이런 에러가 떴는데 그 원인이 뭘까?’라고 물으면 챗GPT가 세 가지 원인을 나열하고, 다시 ‘첫 번째 원인의 증상과 대응 방법을 설명해줘’라고 요청하면 답을 주는 식이다.
B씨는 “일의 개괄적 흐름을 파악하고 방향을 잡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며 “앞으로 어디에 유용하게 쓸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백과사전을 만드는 회사에 다니는 C(32)씨는 “지금 당장 콘텐츠 업계를 대체하기는 어렵겠지만 데이터가 쌓이고 기술이 발전하면 업계에 큰 파장을 미칠 것 같다”며 “나중엔 챗봇과 ‘밥그릇 싸움’을 하는 것 아니냐”며 쓴웃음을 지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마케터가 챗GPT에게 소비 동향 관련 기획서를 만들어보라고 했다거나 목사가 챗GPT와의 대화를 통해 설교문을 완성했다는 등 여러 업무 분야에 적용된 사례가 소개되기도 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스터디 모임’까지 생길 정도다. 서로의 챗GPT 사용 경험을 공유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챗GPT로 신년회 행사 아이디어 내기, 경쟁사 리서치, 교육과 연구에 활용하는 법까지 다양한 사례가 올라와 있다.
이 커뮤니티에서 챗GPT를 연구하는 스터디 모임 참가 희망자를 모집하자 단 며칠 만에 수십명 정원이 마감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챗GPT 출현을 계기로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시점이 앞당겨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장병탁 서울대 AI연구원장(컴퓨터공학과 교수)은 “챗GPT는 알파고보다 파장이 더 클 것”이라며 “높은 전문성이 필요한 일자리를 AI가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겠지만 단순 사무직 등 소위 ‘중간 일자리’는 빨리 위협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