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경기도 아파트 거래가 7개월 만에 4000건을 넘어섰다. 경기도 아파트 시장은 지난 하반기 월 2000~3000건의 거래에 그치며 꽁꽁 얼어붙었으나 올 들어 금리 상승세가 주춤하고 대출 규제가 완화되면서 다소 풀린 모습이다. 거래 절벽 현상이 극심했던 서울 아파트 거래 역시 지난달 7개월 만에 월 1000건을 돌파하는 등 수도권에서 급매물이 반짝 소화되는 분위기다.
13일 경기부동산포털에 따르면 1월 경기도 부동산 거래는 총 4000건으로 집계 기간이 2주가량 남았는데도 불구하고 이미 지난해 하반기(7~12월) 대비 급증했다. 지난해 급격한 금리 인상과 집값 하락 우려에 경기도 아파트 거래는 6월 4013건 이후 쪼그라들며 7월(2917건), 8월(2794건), 9월(2608건), 10월(2723건), 11월(3061건), 12월(3153건) 등 줄곧 3000건 내외를 기록한 바 있다.
특히 성남의 반등세가 도드라졌다. 1·3 부동산 대책을 통해 규제 지역에서 해제된 분당구가 포함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2월 89건에 불과했던 성남 아파트 거래는 올해 1월 181건으로 한 달 만에 두 배 이상 늘었다. 부동산 거래 절벽이 계속되며 쌓였던 급매가 대거 소화되고 있다는 것이 공인중개사들의 설명이다. 분당구 공인중개사 A 씨는 “팔리지 않던 매물의 호가가 2020년 상반기 수준으로 내려가고 새해부터는 비규제 지역으로 풀리며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40%에서 70%까지 높아져 대출도 더 받을 수 있게 되자 매수 희망자와 매도자 간 호가의 간극이 좁혀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분당구 구미동 ‘무지개5단지청구’는 지난해 하반기에는 6개월 동안 단 6건만 거래됐지만 올 1월에는 벌써 8건이 계약됐다. 이 가운데 1월 거래된 전용면적 58.5㎡ 6건은 모두 6억~6억 5000만 원에 계약이 완료됐다. 급매물이 소화되며 현재는 최저 호가가 6억 9000만 원까지 오른 상황이다. 해당 면적은 2021년 10월 9억 500만 원(6층)에 신고가를 기록했다. 분당의 대표적인 재건축 예정 단지인 서현동 시범단지들 역시 1월 이미 8건이 거래됐는데 이는 지난해 하반기 전체 거래량과 같다.
이외에도 경기도 지역 대부분에서 연초 아파트 거래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35건에 불과했던 12월 군포 아파트 거래는 올해 1월에는 76건으로, 고양은 172건에서 286건, 광명은 52건에서 74건으로 늘어났다. 12월 64건에서 1월에만 벌써 111건의 신규 계약이 이뤄진 하남에서 공인중개업을 하는 B 씨는 “지난해 하반기 매매 거래가 단 한 건도 없어 폐업까지 고민했는데 수요자들 사이에서 집값이 떨어질 만큼 떨어졌다는 인식이 퍼지며 새해 들어 문의가 늘어났다”며 “1월에만 벌써 계약을 3건을 성사시켰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집값이 크게 하락한 경기도 특성상 ‘급매’가 늘어난 상황에서 소폭 낮아진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1·3 부동산 대책 등에 대한 기대감으로 수요가 늘어나며 거래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경기도는 지난해 단기간에 집값이 하락한 지역이 많았고 그에 맞춰 시세 대비 2억~3억 원 이상 낮은 급매도 많았다”며 “실거주자들을 중심으로 매수에 나서며 거래가 늘어난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최근 금리 인상이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는 등 수요자들도 대출이자가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며 “특례보금자리론도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9억 원 이하 아파트가 많은 경기도 부동산 거래 절벽은 조금이나마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경기도 아파트 가격은 평균 10.4% 하락했다. 이는 전국 평균(-7.9%) 및 서울 평균(-7.8%)보다 큰 낙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