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기·벤처

"턱없이 짧은 특구 실증…4년으로 늘려야"

[정쟁에 표류하는 중소벤처 혁신]

<하> 여야 대립에 특구 개정안 낮잠

'지역 혁신 거점' 규제자유특구

미래 기술 분야 실증 기간 짧아

신산업 규제 애로 커져 효과성 뚝

의료법 개정 등 3년간 제자리

특례 간소화 등 법정비 서둘러야

백운만 중소벤처기업부 특구혁신기획단장이 1월 3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규제자유특구 4년의 발걸음과 새로운 도전’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백운만 중소벤처기업부 특구혁신기획단장이 1월 3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규제자유특구 4년의 발걸음과 새로운 도전’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행 의료법에는 의사와 의료인 간 협진만 허용돼 환자에게는 원격 의료서비스 제공이 불가능하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2019년 7월 지정된 강원 디지털헬스케어 규제자유특구에서 당뇨와 혈압, 만성질환자(재택환자)를 대상으로 의사와 환자간 비대면 모니터링 실증을 추진해 안전성을 입증했다. 국회에서 기존 원격지 의사와 의료인 간 협진만 허용하던 비대면 의료를 단계적으로 법제화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의료단체와 같은 이해관계자간 갈등과 여야의 대립으로 3년여 간 표류 중이다. 강원 디지털헬스케어 특구에 입주기업 A대표는 “의사와 환자 간 비대면 의료가 원칙적으로 금지된 기업 환경에서 혁신 의료기업이 나오기는 어렵다”며 “규제자유특구에서 실증을 통해 개선 필요성이 검증된 규제는 관련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 서둘러 법령정비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혁신 테스트베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규제자유특구 법안’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조속한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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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최근 4년간 비수도권에 지정된 32개 규제자유특구의 실증사업을 통해 4조 원의 투자 유치와 3700명 이상의 일자리가 창출됐다. 관련 분야 매출도 연평균 36.3%씩 증가해 1000억 원이 넘었고 지역에 신규기업 105개사 유치·신성장 제조기반 시설 27개소 조성 등을 통해 혁신에 새바람을 불어 넣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수정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끊김없는 지역혁신을 위해 규제자유특구 제도의 지속적인 변화가 필수적”이라며 “제도 고도화를 위한 입법이 지연될 경우 혁신기업의 신산업 규제애로가 커지고 규제자유특구 정책의 효과성도 저하될 수 있어 여야가 신속히 입법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부도 규제자유특구 고도화(2.0) 추진에 나섰다. 윤석열 정부는 국정과제로 선택해 지방시대로의 이행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도록 세부계획을 발표했다. 크게 세 가지 추진방향을 제시했다. 우선 규제자유특구의 신청 자격을 기존 광역지자체에서 기초지자체 등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기초지자체에 지정 수요가 있지만 사업 기획 이후에 광역지자체를 설득해야 하는 또 다른 장벽이 있다. 이를 개선해 기초지자체도 직접 신청토록 자격을 확대해 다양한 특구 계획의 유입을 촉진하겠다는 복안이다.

기존 2년으로 제한된 규제자유특구의 실증기간도 최대 4년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암모니아 에너지 상용화와 같은 미래기술 분야의 경우 기존 2년의 실증기간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다른 샌드박스 제도인 스마트도시에서는 4년의 실증이 가능하지만 규제자유특구에서는 2년으로 실증기간이 제한된 것도 불합리한 규제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었다. 규제자유특구 지정 이후 중도에 사업자가 쉽게 참여할 수 있게 특구계획 변경절차도 간소화할 방침이다. 현재 특구계획 변경을 통해 사업자가 신규 특례를 받기 위해 평균 3.8개월이 소요된다. 신산업 시장에서는 속도가 생명인 만큼 특례 수요가 있을 경우 신속한 부여가 가능하도록 사전공고와 부처협의 등 관련 절차를 대폭 완화할 방침이다.

문제는 법령 정비의 키를 쥔 국회가 또다른 진입 장벽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국회에 ‘규제자유특구 및 지역특화발전특구에 관한 규제특례법(지역특구법)’ 개정안이 제출됐지만 여전히 답보상태다. 규제 개혁에 대한 이해관계자들의 강력한 반대로 여야가 눈치를 보면서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탓이다. 벤처·스타트업 한 관계자는 “규제자유특구 고도화 법안의 핵심은 제도 진입장벽의 철폐인데 정작 규제혁신을 위한 제도 정비가 여야간 대립으로 발목이 잡혀있다”고 지적했다.


이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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