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바이오

'짠내' 약가 정책 고집에…되풀이되는 필수약 품귀

건보 억제로 국내업계 생산 포기

원료 의약품은 中·印 의존도 높아

약값 인상분은 소비자에 고스란히

"보험약가 올려 약 자급율 높여야"

사진 제공=이미지 투데이사진 제공=이미지 투데이




‘감기약, 멀미약, 변비약, 혈압약….’

높아진 K바이오 위상에 걸맞지 않게 사흘이 멀다 하고 일선 약국에서는 약품 ‘품귀’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글로벌 원료 의약품 약 70%를 공급하는 중국·인도의 수출 제한 조치 등이 공급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한국 보건 당국의 약가 억제 정책으로 국내 원료 의약품 공급망이 사실상 무너지고 글로벌 공급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약값 인상분은 고스란히 소비자들의 부담으로 전가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14일 의약계에 따르면 노보민시럽·해피트립액 등 적지 않은 멀미약 제품의 수급이 불안정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노바스크정·현대테놀민정 등 고혈압약, 마그밀 등 변비약의 경우 공급 상태가 다소 원활해졌지만 여전히 일선 약국에서 구하기 어렵다는 전언이다.

관련기사



경기도에 위치한 한 약국의 약사는 “코로나19 이후에는 약이 부족한 경우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일상 생활에서 약 품귀에 대한 우려는 반복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말 독감과 코로나19가 동시에 유행했을 당시 정부가 감기약 사재기 근절 대책을 추진할 정도로 조제용 아세트아미노펜 품귀 우려가 극에 달했다.

생활 필수 완제 의약품의 수급이 원활치 않은 이유는 우리나라가 지나치게 중국·인도에 원료 의약품 공급을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아세트아미노펜 합성 기술이 없어서 못 만드는 것이 아니다”며 “아세트아미노펜을 중국에서 들여오지 않고 직접 합성해 제품을 만들 경우 당국이 책정한 건강보험 약가 정책이 유지되는 한 수익을 내기 힘든 구조”라고 말했다.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얘기다.

사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업계가 원료 약품 생산에 나서지 않다 보니 국내 원료 의약품 시장 인프라는 2021년 기준 자급률이 24.4%에 그칠 정도로 미약하다. 중국·인도가 원료 약 공급을 줄이면 한국 소비자는 즉시 완제 약을 구하기 힘들 정도로 타격이 크다. 제약업체 입장에서는 중국·인도 업체가 원료 의약품 가격을 인상해도 완제 약을 만들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수입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원료 약품 수입 단가가 오르면 완제 의약품 가격도 오를 가능성이 크다. 결국 소비자의 부담만 커지게 되는 셈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지난해 26년 만에 감기약 가격을 70~90원으로 올렸지만 아직도 한 정당 50원 미만인 약품이 수두룩하다”며 “의약품 품귀를 막으려면 원료 약 자급률을 높여야 하고 이를 위해 합리적인 수준의 보험 약가 인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지훈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