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069620)과 메디톡스(086900) 간 민사 1심 판결을 두고 보툴리눔 톡신 제제 3사(휴젤(145020)·대웅제약·휴온스(243070))의 최고 경영자(CEO)들이 “향후 사업에 대해 전혀 지장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메디톡스 측에서 대웅제약과 보툴리눔 균주의 출처를 두고 벌인 민사 1심 소송에 대해 자사의 사업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다만 메디톡스는 대웅제약 상대로 승소한 민사 1심 소송 판결을 근거로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공정을 불법 취득해 상업화하고 있는 기업들에 대한 추가 법적 조치를 신속히 검토하겠다”고 밝힌 만큼 보툴리눔 균주의 출처를 두고 벌이는 이른바 ‘보톡스 전쟁’은 지속될 전망이다.
식약처장 간담회인데…보툴리눔 톡신 3사 총출동
15일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경기도 화성 동탄 한미약품 연구센터에서 신년 간담회를 개최한 자리엔 휴젤·대웅제약·휴온스 등 보툴리눔 톡신 제제 사업을 하고 있는 CEO들이 총 출격했다. 대웅제약과 메디톡스 간 민사 1심 판결 이후 손지훈 휴젤 대표, 전승호 대웅제약 대표, 윤성태 휴온스 회장 등이 공교롭게도 모두 한 자리에 모인 것이다. 이날 간담회에선 의약품 허가 등에 대한 규제 완화 개선 논의가 이뤄졌지만, 톡신 3사 CEO들의 입장에 대한 이목이 집중되기도 했다.
“메디톡스-대웅제약 소송전? 우리와 관련 없어…선 그은 휴젤”
손 대표는 이날 간담회를 참석하기에 앞서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간 판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의에 대해 “휴젤의 사업과는 무관하다”며 “향후 적절한 대응을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휴젤은 보툴리눔 톡신 제제 ‘보툴렉스’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 기업 최초로 중국에서 보툴렉스의 품목 허가를 받았으며 올 4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가 예상된다. 지난해 3000억 원의 매출, 1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지난 10일 판결이 업계 최대의 화두가 되자 휴젤 측은 “당사와 무관하다”는 입장을 낸 바 있다. 휴젤 측의 입장은 20여 년이 넘는 기간 동안 독자적인 연구 및 개발과정을 인정 받았으며, 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개발시점과 경위 및 제조공정 등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1심 판결 결과는 뒤집히는 것이 다반사”…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 사업 지속
전 대표 역시 이날 “통상 1심 판결은 흔히 뒤집힌다”며 “민사 1심 판결의 집행을 중단하는 가처분 소송은 반드시 인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웅제약은 이번 보툴리눔 균주의 출처를 두고 벌인 소송전의 당사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61민사부(권오석 부장판사)는 10일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는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공정을 도용해 개발됐다’고 선고했다. 재판부는 나보타를 포함한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균주 제제의 제조와 판매를 금지했으며 균주를 메디톡스에 인도하고 이미 생산된 제품에 대해선 폐기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아울러, 대웅제약은 메디톡스에 400억 원의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두 회사 간 악연은 7년 전인 2016년부터 시작된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보툴리눔 균주를 도용했다고 2016년 주장했다. 일부 직원이 메디톡스에서 대웅제약으로 이직하는 과정에서 보툴리눔 균주를 빼돌렸다는 것이다. 대웅제약은 경기 용인시 토양에서 자체 발견한 균주로 나보타를 만들었다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갈등은 소송전으로 번졌다. 의혹이 제기된 다음해인 2017년 국내에서 민형사 소송을 냈으며 미국에서도 대웅제약과도 법정 다툼을 이어갔다. 검찰 측은 메디톡스가 산업기술유출방지법 등 위반 혐의로 대웅제약을 고발한 형사 소송에서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처분을 결정했다.
형사 소송에서 검찰은 대웅제약의 손을 들어줬지만 미국 소송에선 메디톡스가 사실상 승리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CT)는 양 측 증거를 살펴본 뒤 2020년 12월 대웅제약 나보타의 미국 수입을 21개월 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대웅제약은 즉각 항소를 했으나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의 나보타 판매를 담당하는 미국 파트너사 에볼루스와 합의하며 소송은 종결됐다.
보툴리눔 톡신 제제 ‘휴톡스’…휴온스 역시 “메디톡스-대웅제약 민사 1심 휴온스와 무관”
윤 회장은 이날 간담회를 마친 뒤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간 벌인 소송을 두고 “우리와는 무관하다”며 “발표된 휴온스의 입장과 다름 없다”며 선을 그었다. 휴온스 역시 13일 보툴리눔 균주 도용과 관련해 무관하다고 밝힌 바 있다. 식약처로부터 허가를 받아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유전적 특성과 생화학적 특성을 확보한 균주를 보유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휴온스 측은 보유중인 균주의 전체 유전자서열 분석을 완료했으며 해당 결과를 질병관리청에 제출했다고 전했다. 메디톡스 측은 376만 572개의 유전자 서열을 밝혔으나 휴온스 보유 균주의 유전자서열은 384만 1354개의 유전자 서열을 보유하고 있어 8만 78개의 유전자적 분석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휴온스 관계자는 “두 균주가 2.1% 이상의 다른 유전자 서열을 지니고 있어 학문적으로도 동일 균주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규제당국 “보툴리눔 톡신 제제, 유효성과 안전성 중심으로 평가”
이날 한미약품 연구센터를 방문한 식약처 관계자는 “식약처는 유효성과 안전성을 근거로 판결한다”고 말했다. 이는 보툴리눔 균주의 출처에 방점을 찍기보단, 균주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제품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안전한지 등을 중점적으로 살피는 것이 규제당국의 역할이란 취지다. 앞서 규제 당국 관계자는 “보툴리눔 균주를 도용한 것이 사실일 경우 품목 허가 등의 조치가 취해질 수도 있다”며 “다만 재판 결과를 예측할 수 없고 항소할 가능성이 커 섣불리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편, 규제당국은 1심 소송을 근거로 추가적인 조치를 취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2심 소송까지 결론이 날 경우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번 보톡스 전쟁에 대해 개입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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