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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소액주주 운동의 적은 누구인가

증권부 심기문 기자


다음 달 기업들의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주주 행동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얼라인파트너스 같은 행동주의 펀드뿐 아니라 DB하이텍(000990)헬릭스미스(084990) 등의 소액주주들 역시 의결권을 모아 목소리를 높이기 위해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행동주의 펀드가 기세를 올리면서 소액주주들의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는 듯했지만 문제가 생겼다. 회사 경영권이 외부로 넘어가 소액주주 운동이 한창인 헬릭스미스의 경우 주주 연대가 지난달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총 8.9%의 지분을 위임받았지만 사측은 5%를 초과한 의결권에 대해서는 권리를 인정하지 않았다.



모호한 규정이 발목을 잡은 것인데 회사 측은 자본시장법에 근거해 지분 5% 초과분에 대해 6개월간 의결권 행사를 제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소액주주 연대는 의결권 위임 작업을 주주총회 당일까지 진행하는 데다 직전까지 변동성이 커 공시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항변했다. 대량 보유자가 한 법인이나 개인이 아니라 다양하게 흩어져 있는 만큼 공시 의무가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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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를 가려야 할 사안이지만 주주총회는 회사 측의 주도로 강행됐고 결국 소액주주들의 의결권은 제한됐다. 헬릭스미스 사례는 DB하이텍 등 주주총회를 앞두고 의결권을 위임받고 있는 다른 소액주주 연대에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다. 당장 일부 주주 연대는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 측 이사를 선임하려고 준비 중이었지만 헬릭스미스처럼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헬릭스미스 사례는 한국 증시에서 소액주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의 태생적인 한계를 보여준다. 다툼의 여지가 있어도 주주총회장에서 시시비비를 가리자는 정당한 요구조차 막히고 있다. 이사는 회사를 위해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고 적시한 이사의 충실 의무 같은 ‘예스러운’ 법령은 주주들의 권익을 보호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소액주주들의 활동은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다. 한국 시장의 고질적 문제인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한 첫 단추가 돼야 한다.






심기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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