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정부 "노조 회계자료 제출 조직적 불응" 격앙…'회계강화' 법개정 추진

■노동계, 회계공개 사실상 거부

고용부, 과태료도 불응 땐 노조 사무실 현장조사 검토

양대노총 "위법한 월권행위…ILO에 제소할 것" 반발

이정식(오른쪽 두 번째) 고용노동부 장관이 16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이정식(오른쪽 두 번째) 고용노동부 장관이 16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동계의 노동조합 회계장부 제출 거부가 노정 갈등의 또 다른 뇌관으로 등장했다. 최근 ‘노란봉투법’ 입법이 가시화된 가운데 노조 회계 문제마저 격화되면서 양측의 대립이 더욱 거세지는 양상이다. 노동계는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를 노조의 힘을 빼려는 일종의 탄압으로 보고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사상 초유의 현장 조사와 추가 대책을 내놓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일 방침이어서 노정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고용노동부는 16일 단위노조의 회계장부 제출이 미흡하다고 판단해 시정 기간 부여와 함께 과태료 부과 등 후속 조치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 2주간 진행된 민주노총·한국노총 등 1000명 이상 단위노조 및 연합단체 334곳에 대해 재정에 관한 장부와 서류를 보고 받은 결과 실제로 이에 응한 노조가 기대보다 크게 밑돌았기 때문이다. 실제 해산된 노조를 제외한 327곳 중 36.7%(120곳)만 정부 요구대로 제출했다. 63.4%가 정부 요구대로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고용부는 노조에 조합원 명부를 비롯해 규약, 임원의 성명 및 주소록, 회의록, 재정에 관한 장부와 서류 등을 비치했는지, 회의록과 재정 관련 장부와 서류를 3년간 보존했는지를 입증하라고 했다. 이런 자료는 현행 법상 비치·보존 의무가 있다. 고용부는 전체 서류 제출은 무리하다고 판단하고 해당 서류별 체크리스트와 증빙 서류를 제출하라고 했다. 추가로 자료 입증을 위해 내지 1장 첨부를 요구했는데 상당수 노조는 내지 1장 제출을 거부한 상황이다.



고용부 내부는 격앙된 분위기다. 고용부 측은 자료 제출과 관련해 “양대 노총(한국노총·민주노총)이 정당한 요구를 조직적으로 불응했다”는 비판을 내놓았다. 실제로 한국노총의 제출 비율은 38.7%로 평균치인 36.7%를 소폭 웃돈다. 민주노총은 24.6%로 평균치를 10%포인트 넘게 밑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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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부는 신속하게 후속 조치에 나선다. 우선 시정 기간을 부여하고 시정이 되지 않은 노조 및 단체를 대상으로 과태료를 부과한다. 과태료 부과, 출석 조사, 의견 진술 등 여러 절차 이후에도 시정되지 않는 노조 및 단체의 경우 현장 조사를 병행할 방침이다. 고용부가 노조 사무실에 들어가 관련 자료 여부를 보는 현장 조사는 근래에 없던 강도 높은 대응이다.

고용부는 노조 재정 투명화를 노동 개혁의 한 축으로 내걸고 이미 드라이브를 걸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이날 관훈토론회에 참석해 “노조 활동을 법에서 보장하는 만큼 노조도 국민과 조합원의 신뢰를 받아야 한다”며 “독립적으로 회계사가 회계를 점검하는 등 해외 사례에 맞춰 회계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고용부는 3월 노조 회계감사원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높이는 방향의 관련 법령 개정에 착수한다. 회계 투명성이 높은 노조에 대한 인센티브 지원도 검토하고 있다. 또 3분기까지 노조 회계 공시 시스템을 구축할 방침이다. 노조가 사용하는 국고보조금에 대한 관리도 올해 강화하기로 했다.

한국노총은 이날 논평을 내고 “정당한 사유 없이 상급단체 및 일정 규모 이상의 노조에 일률적으로 자료제출 보고를 요구하는 것은 노조법상 근거를 찾을 수 없다”며 “부당한 정부의 노조 운영에 대한 개입이고 위법한 월권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의 부당한 행정 개입에 불응하고, 법률적 대응에 나서는 것은 물론 민주노총과 함께 노동부 장관에게 직권남용 책임을 묻고, 국제노동기구(ILO)에 공식 제소하는 등 공동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도 논평을 통해 “노조 내부에 법 위반이 발생하지 않는 한 노조가 비치한 자료를 제출받을 이유와 조사할 권한이 없다”고 고용부를 직격했다.

최근 노란봉투법이 국회 소위를 통과하면서 노정 간의 갈등이 증폭되는 상황 속에 회계 문제 갈등까지 겹치면서 올해 대정부 연대 투쟁에 나서기로 한 양대 노총의 투쟁 강도도 여느 해보다 높아질 분위기다. 양대 노총은 2월 국회의 노란봉투법 제정을 비롯해 노동 개혁 저지, 임금 인상,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 반대 등을 위한 집회와 총파업을 예고했다.

세종=양종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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