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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PPI, 금리우려로 무게추”…“불러드, 3월 0.5%p 열려있어”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16일(현지 시간) 36만2000여 대의 리콜 사실이 알려진 테슬라 주가가 5.69% 빠졌다. AP연합뉴스16일(현지 시간) 36만2000여 대의 리콜 사실이 알려진 테슬라 주가가 5.69% 빠졌다. AP연합뉴스




16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전망치를 크게 웃돈 1월 생산자물가지수(PPI)와 여전히 견고함을 보여준 고용지표 때문에 하락 마감했습니다. 나스닥이 1.78% 내린 것을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1.38%, 1.26% 떨어졌는데요.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가 한때 연 3.867%, 2년 물은 4.68%를 넘었습니다.

계속되는 강한 경제지표인데 이날은 예상 외의 PPI에 금리인상 우려 쪽으로 무게가 쏠렸는데요. 3월에 0.5%포인트(p) 인상 얘기가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종목별로는 자율주행자동차의 사고 위험에 36만2758대를 리콜한 테슬라가 5.69% 하락했는데요. 오늘은 PPI와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 최종금리(terminal rate·터미널 레이트), 증시 전망을 살펴보겠습니다.

“1월 PPI 0.7% 상승 지난해 6월 이후 최고치”…“실업수당 청구 예상 하회 20만 건 밑돌아”


우선 PPI부터 보죠. 이날 나온 1월 PPI가 전월 대비 0.7% 상승해 지난해 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는데요. 블룸버그통신과 다우존스 모두 전망치가 0.4%였는데 이를 0.3%포인트(p) 웃돌았죠. 지난해 12월 -0.2%에서 다시 상승 전환한 건데요.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0.5%와 함께 뚜렷한 반등세를 보여준 겁니다.

PPI는 전년 대비로도 예상보다 높았습니다. 월가에서는 5.4%를 점쳤는데 6.0%가 나왔는데요.

생각보다 숫자가 높게 나온 데는 유가 같은 에너지 영향이 어느 정도 있습니다. 에너지가 1월에만 전월 대비 5.0%나 급등했는데요.

하지만 전반적인 숫자가 높습니다. 에너지와 농산물을 뺀 근원 PPI가 1달 새 0.5% 증가해 예상치 0.3%보다 높았는데요. 1년 전과 비교해도 5.4%로 시장 컨센서스 4.9%를 상회했습니다. 근원 PPI에서 변동성이 큰 무역서비스를 추가로 빼면 상승률이 0.6%로 지난해 3월 이후 가장 높습니다.

PPI는 CPI나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에 비해 중요도가 떨어지지만 선행지표가 될 수 있다는 의미가 있는데요. 스튜아트 폴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예상치보다 큰 1월 PPI 증가는 지난달의 감소를 지워버렸다”며 “향후 1년 간 우리의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둔화) 기대를 낮추게 한다”고 분석했습니다.

미국 PPI 추이미국 PPI 추이


지금까지 경기판단에 중요한 것이 1월 고용보고서와 CPI, 소매판매 등 3종 세트였는데요. 이들은 높은 금리가 더 오래, 추가로 더 높게 갈 수 있게 하는 근거인 동시에 연착륙이나 노랜딩(무착륙)을 기대하는 이들에게는 미국 경제가 긴축을 버텨낼 수 있는 근거로 쓰여왔죠.

이런 상황에서 예상을 훌쩍 넘은 1월 PPI는 금리 쪽 우려를 키웠습니다. 네번째만에 무게추가 기운 건데요. 지난해 12월 -1.4%였던 상품 물가도 이번에 +1.2%를 보였죠. 지난해 6월 이후 최고치입니다. 서비스도 견고한데요. 기타 서비스가 0.6% 증가해 지난해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습니다.

연착륙을 위한 양대 논리는 ‘꾸준한 디스인플레이션+탄탄한 고용과 소비’입니다. 이중 디스인플레이션은 상품이 마이너스 물가이며 거주비 인플레이션은 하반기에 하락할 것이라는 데 근거를 두고 있는데요. CPI에 소비, PPI까지 보다 보니 걱정이 더 많이 생기는 겁니다. 이날 증시가 하락한 데도 이런 배경이 있을텐데요.

마이크 로웬가르트 모건스탠리 헤드는 “이번 주에 나온 인플레이션 수치는 인플레가 끈적끈적하며 싸움이 끝나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오늘의 PPI 수치가 지난 여름 이후 가장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비둘기파적인 연준에 대한 희망이 옅어지면서 시장이 한숨 쉬어 가는 것이 놀라운 일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추가로 이날 나온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인플레이션 둔화 기대에는 도움이 안 됐죠. 지난 주(2.5~2.11)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19만4000건으로 시장 전망치 20만 건을 밑돌았습니다. 전주보다도 1000건 줄었는데요. 계속해서 20만 건 아래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변동성이 줄어드는 4주 이동평균으로 18만9500건으로 전주(18만9000건)보다 소폭 증가했는데요. 최소 2주 이상 실업수당을 청구하는 계속 청구건수는 169만6000건으로 전주보다 1만6000건 늘었습니다. 월가 예상치 169만5000건과 비슷했는데요. 페더레이티드 에르메스의 멀티애셋 헤드인 스티브 치아바론은 “고용시장이 이처럼 타이트할 때는 2% 인플레이션에 도달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메스터 “2월 초 FOMC 때 0.5%p 인상 근거 봤어”…“美 신용카드 사용 잔액 1조 달러 육박 역대 최고치”


물론 여전히 소프트랜딩이나 골디락스를 예상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피터 얼 미국경제연구소(AIER)의 이코노미스트는 “희망은 기존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대신 구인건수(1100만 건)가 줄어드는 것”이라며 “이는 경제가 연착륙할 수 있는 일종의 골디락스 시나리오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연착륙 또는 노랜딩 주의자들은 일부 반격을 준비하고 있기도 하죠. 이들에게는 PPI가 악재지만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호재입니다. ‘여전히 강한 고용→소비유지→견고한 경제’이기 때문인데요. 아담 크리사풀리 바이탈 날리지의 설립자는 “이날 경제지표는 (PPI와 실업수당이) 엇갈렸다”고 판단한 뒤 “우리는 S&P500이 앞서 나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지금은 저가매수를 할 때”라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앞서 설명드렸듯 PPI까지 보게 되면 금리에 관한 우려가 점점 커지는 게 사실입니다. 이날 오후4시 현재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0.5%p의 금리인상을 할 확률이 18.1%로 전날(12.2%)보다 5.9%p 높아졌는데요. 고용보고서 이후, CPI 이전인 1주 전(9.2%)보다 8.9%p, 한 달 전보다는 12.9%p 뛰었습니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3월 FOMC에서 연준이 어떤 조치를 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말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 시장을 놀라게 하고 싶지 않으며 지금 들어오는 데이터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5% 이상으로 끌어올려 한동안 유지해야 한다는 내 기존 생각을 바꾸지는 않았다”면서도 “금융시장의 기대와는 별도로 2주 전 회의(2월 FOMC)에서 0.5%p 금리인상을 위한 강력한 경제적 사례를 봤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의 지난 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미국의 지난 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



대표적인 연준 내 매파인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는 한 발 더 나갔는데요. 그는 자신이 2월 FOMC에서 0.5%p 인상을 얘기했으며 3월에도 0.5%p를 배제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3월 인상폭 얘기를 꺼린 메스터와 달리 강한 의지를 보여준 건데요. 불러드는 “인플레이션과의 긴 싸움이 될 것이다. 연준의 정책금리를 가능한 한 빨리 5.375%까지 올리고 싶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최종금리를 5.25~5.50%로 가져가기를 원한다는 뜻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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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로서는 다음달 FOMC 개최일인 21~22일 이전에 나오는 1월 PCE(24일)와 2월 고용보고서(3월10일), 2월 CPI(3월14일) 등을 보면서 방향을 잡아가야겠습니다. 불러드가 매파인 데다 아직까지는 시장의 준비가 안 돼 있어 충격 가능성(0.25%p 확률 80% 이상)이 있고, 더 높이보다는 더 오래가는 방법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더 많은 데이터를 봐야만 하는데요. 그럼에도 더 높은, 더 빠른 금리인상도 배제할 수는 없겠습니다. 장 후반에 증시 낙폭이 커진 것도 이런 판단이 들어 있을텐데요.

경기 및 소비와 관련해 미국 가계의 신용카드 잔액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날 나온 뉴욕 연은의 자료를 보면 지난해 4분기 미국 가계부채가 전기 대비 3940억 달러(2.4%) 불어난 16조9000억 달러를 기록했는데요. 이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말보다 2조7500억 달러나 많습니다.

모기지 대출만 지난해 4분기에 2540억 달러 증가한 11조9200억 달러로 작년에만 1조 달러 가까이 대출이 늘었는데요. 특히 신용카드 이용잔액이 610억 달러 증가한 9860억 달러를 찍었습니다. 역대 최고치인데요.

고용이 견고한 상황에서 신용카드 사용액이 증가한다는 것은 미국의 소비가 탄탄할 것임을 의미합니다. 기본 수입에 빚까지 얻어서 소비하니 소비세가 강할 수밖에 없죠. 인플레도 끈적끈적할 수밖에 없습니다. 미쉘 메이어 마스터카드 경제연구소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소비자들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구매력을 다 쓰고 있다”며 “상당 부분은 고용과 거기에서 얻는 수입에서 나오지만 신용카드 사용이 증가하고 있으며 기존의 저축도 쓰고 있다”고 해석했는데요.

문제는 고용이 버티는 와중에 늘어난 빚은 노동시장이 완화하면 상대적으로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소비도 급격하게 줄어들 수 있구요. 자동차와 신용카드 대출 연체율도 빠르게 오르고 있습니다.

“개미, 미국 증시에 역대급 유동성 공급”…“시장 극도로 탐욕적으로 돼 가고 있어” vs “증시 전환점 가능 황소장 초반일 수도”


마지막으로 증시 상황 보겠습니다. 반다 데이터에 따르면 15일 기준 최근 21일 간 개인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시장에 투자한 금액이 하루 평균 15억1400만 달러라는데요. 사상 최고치라고 합니다. 반다 데이터 측은 “최근 기관투자자들이 증시에 전반적으로 베어리시한 상황에서 소매집단의 중요성을 저평가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고 했는데요.

이는 개인투자자들이 대규모 유동성을 계속 공급하고 있다는 뜻이죠. 나만 과실을 누리지 못할까 하는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증후군도 섞여있겠습니다.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생각은 엇갈리는데요. 케이티 스탁턴 페어리드 스트래티지스 실럽자는 “시장의 심리가 극도로 탐욕적으로 변하고 있다”며 “이는 (증시를) 깨지기 쉽게 만든다”고 했습니다. 비트코인은 이날 개당 2만5000달러가 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8월 이후 처음인데요.

계속 말씀 드리지만 금리 리스크가 적지 않습니다. 세바스티안 말라비 외교위원회(CFR) 선임 펠로는 “만약 연준이 긴축을 더 해야 한다면 선거의 해(2024년)에는 하지 않는 것이 낫다”고 했는데요. 미국 대통령 선거가 내년인 2024년 11월5일입니다. 올해 적당히 인플레와 타협하다가 하반기나 내년에 다시 금리를 올려야 한다면 민주당 정권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인데요. 브루스 카스먼 JP모건체이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시장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이 (김축을 할) 확률이 높다”고 내다봤습니다.

미국 가계의 부채 증가 추이. 뉴욕 연은미국 가계의 부채 증가 추이. 뉴욕 연은


반면 황소장의 초기라고 보는 이들도 있는데요. 빅토리아 그린 G 스퀘어드 프라이빗 웰스의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연준은 그들이 매파적일 것이라고 하지만 기술적 분석가들은 랠리가 시작됐다고 말하고 있다”며 “더 이상 지난해 10월의 최저치를 재시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조나단 크린스키 BTIG의 수석 시장 기술분석가는 “고용보고서와 FOMC, CPI, 소매판매 등 거의 모든 의미있는 촉매가 저가매수자들이 시장에 뛰어들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며 “증시가 터닝포인트를 맞을 수 있다”고 전했는데요.

지금 증시가 어느 정도 버티고 있는 것은 실적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습니다. 개미의 움직임과 시장 상황이 합리적인 측면도 있다는 건데요. 니콜라스 콜라스 데이터트랙 리서치 공동 설립자는 “나쁜 뉴스와 안정적인 시장에 대한 유일한 설명은 미국 기업의 어닝이 회복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지난해 4분기 어닝은 실망스럽지만 여전히 주당 53.34달러를 보여줄 예정이며 이는 올해 1분기와 2분기(평균 53.39달러)와 거의 비슷하다. 이는 여전히 2018~2019년 분기 평균인 40.59달러보다 31.4% 높다”고 했습니다.

별도로 해외 국가들의 미 국채보유 규모가 두 달 연속 증가했는데요. 재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해외국가의 미 국채 보유잔액이 7조3146억 달러로 전달보다 459억 달러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일본이 60억 달러, 중국이 31억 달러 감소했지만 영국이 87억 달러, 벨기에가 214억 달러나 보유량이 불어났죠. 홍콩도 200억 달러 증가하기도 했습니다.

미국 경제와 시장을 보는 눈이 각자 다를 수 있지만 최근의 랠리 뒤에 개인 투자자들의 유동성 공급이 크게 늘어난 배경이 있다는 점을 유의해서 볼 필요가 있는데요. 금리 부문도 더 진지하게 봐야 할 때입니다. 이 경우 경기침체 우려도 같이 봐야하는데요. 개별 기업의 실적과 거시경제 요인을 잘 살펴서 대응해야겠습니다.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유튜브 방송] : 국내 최초 경제지 서울경제신문의 유튜브 채널 ‘서경 마켓 시그널’에서 매주 화~토 오전7시55분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가 방송됩니다. 생방송 이후에는 버퍼링 없이 보실 수 있도록 동시녹화 영상을 올리고 있습니다. 생방송 이후에는 버퍼링 없이 보실 수 있도록 동시녹화 영상을 올리고 있습니다. 미국 경제와 월가, 연준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과 질의응답(Q&A)이 이뤄지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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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김영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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