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산업은 회복 탄력성과 지속 가능성이라는 난제를 해결해야 한다. 산업에 참여한 모든 기업이 데이터를 상호 교환할 수 있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한국 기업의 참여도 기다리고 있다.”
세계 1위 기업용 소프트웨어(SW) 업체 SAP의 하겐 호이바흐(사진) 자동차 부문 글로벌 부사장이 17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제1회 한국최고경영자포럼’ 행사를 통해 ‘카테나-X(Catena-X)’ 플랫폼 설립 배경을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카테나-X는 SAP가 2021년 설립한 자동차 산업 네트워크로 기업 간의 데이터를 공유하는 플랫폼이다. 모든 자동차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보를 한 데 모아 활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폭스바겐, 스텔란티스, 포드 등 글로벌 완성차 제조사와 보쉬, 덴소 등 부품업계까지 약 200개 기업이 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있다.
호이바흐 부사장은 자동차 산업의 전동화가 이뤄지는 가운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일이 중요해졌고 이 과정에 카테나-X를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세계 각국이 자동차 산업의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탄소발자국을 추적하도록 강제하고 있다”며 “이를 추적하려면 배터리, 원자재 등 모든 자동차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의 정보를 모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전체 가치사슬을 연결해야 데이터를 얻고 구체적인 측정 기준까지 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자동차 생산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서 기업 간 정보를 교류하는 일이 중요해졌다는 발언도 나왔다. 차량용 반도체 등 원자재가 어떤 생산 단계에서 부족한지를 실시간으로 파악해야 생산 차질이 발생해도 회복 탄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코로나19로 인한 반도체 부족 사태를 겪었듯 앞으로 자동차 산업에서 원자재 공급이 더 큰 문제가 될 것”이라며 “반도체, 화학 등 다른 산업군의 데이터에도 접근할 수 있어야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SAP가 카테나-X를 처음 고안할 때 회의적인 목소리도 컸다. 기업들이 기술 유출을 우려해 자사의 데이터를 공개하는 것을 꺼렸기 때문이다. SAP는 기존 차 산업의 수직적인 구조서 벗어나 수평적으로 데이터를 교류하는 플랫폼을 만들어내며 기업들의 우려를 불식하는 데 성공했다. 초기 개발에 참여한 기업은 6개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200개 넘는 기업이 카네타-X 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있다.
호이바흐 부사장은 “모든 회원이 기술 개발과 투자를 함께 진행하며 플랫폼을 어떻게 사용할지 논의해왔다”며 “대형 제조사와 부품사도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한국 기업과의 협력도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카네타-X 플랫폼을 향후 다른 산업군에 제공할 계획도 밝혔다. 그는 “기계, 항공, 방산, 유통 등 카테나-X에 관심을 표하는 기업이 많다. 기업 대부분이 자동차 산업과 유사한 과제에 당면해 있기 때문”이라며 “다른 산업 파트너와 협력하다 보면 모두가 ‘윈윈(win-win)’할 상황을 실현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