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입고 바꿔 입어서 어느 세월에 바꿀 수 있을까 싶더군요. 결국 패션 기업들이 문제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입지 않는 옷을 서로 교환할 수 있는 ‘21% 파티’를 전국적으로 확산시킨 ‘다시입다연구소’를 이끌고 있는 정주연 대표의 말이다. 이 회사는 최근 ‘패션 기업 재고 폐기금지법’ 입법 추진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개인의 ‘소소한 실천’도 좋지만 팔리지 않을 옷들을 대량 생산하는 기업들이 근본적으로 변해야 한다는 인식에서다.
폐기금지법은 말 그대로 패션 기업들이 멀쩡한 재고를 폐기할 수 없도록 강제하는 법이다. 2017년 한 해에만 약 415억 원어치의 멀쩡한 옷과 액세서리를 소각했던 버버리의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이를 계기로 프랑스 정부는 패션 기업들이 재고를 소각·매립하는 대신 기부하는 방안을 의무화했다. 독일은 폐기 금지를 강제하지는 않지만 폐기하는 물량의 정보를 정부에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또 벨기에는 재고를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패션 기업에 부가가치세 감면이라는 인센티브를 준다. 현재 호주·스코틀랜드에서도 폐기금지법을 추진 중이다.
다시입다연구소와 손잡고 폐기금지법 입법에 나서는 ‘사단법인 선’의 김보미 변호사는 “의류의 경우 백화점에서 1년, 아웃렛에서 2년 정도 거치면서 팔리지 않으면 폐기 처분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내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의류 역시 폐기물 발생을 최소화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의무 조항이 아닌 탓에 대부분의 기업들이 폐기물 처리 업체에 보내 소각·매립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기업들이 수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부터 하나하나 이어가는, 지속 가능한 운동을 하자”며 폐기금지법의 취지에 공감을 나타냈다. 한편 다시입다연구소는 올 상반기 중으로 장 의원과 구체적인 입법 활동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