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첨단기술 발전 견인하는 원자력

주한규 한국원자력연구원장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은 세계 최고의 과학기술을 보유한 우주탐사의 전진기지다. 1976년부터 우주가 아닌 지상의 다른 산업에도 활용된 나사의 기술은 2000건이 넘는다. 지난해 나사에서 파생 가능한 기술을 모은 ‘스핀오프(Spinoffs) 2022’ 보고서에는 환경센서·신소재·협동로봇 등 각종 기술이 소개돼 있다. 극한 영역인 우주에서 적용하기 위해 개발된 기술이 지상의 일반 영역에서 응용되기는 쉬울 것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일반 환경보다 어려운 원자력 시설의 안전성 증진을 위해 개발한 기술도 다른 산업 분야로 전파되고 있다. 3차원(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한 사고저항성핵연료(ATF)가 대표적이다. 보통의 핵연료는 과열되면 주변의 물을 분해해 수소를 발생시킨다. 반면 ATF는 핵연료관 표면이 크롬으로 코팅돼 과열돼도 수소 발생을 억제할 수 있다. 원자력연은 이런 코팅을 레이저 열원으로 핵연료관 금속을 국부적으로 녹이면서 코팅할 입자를 혼합해 정착시키는 방식으로 구현했다. ‘난가공성 소재 3D 프린팅 기술’로 불리는 이 기술은 일반 기업체에 전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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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온·고압에 오래 견뎌야 하는 원자로 용기는 그간 고도의 단조 기법(금속을 두들기거나 눌러 단단하게 만드는 기법)을 통해 제작해왔다. 원자력연은 특수한 방식으로 미세 금속 분말을 제조해 레이저로 녹이며 적층하는 방식의 3D 프린팅 기법을 개발해 단조 기법보다 내성이 훨씬 우수한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도 일반 산업체에서 폭넓게 이용될 수 있을 것이다.

얼마 전 서울까지 침범한 북한 무인기로 인해 온 나라가 떠들썩한 바 있는데 원자력연은 원자력 시설에 대한 드론 방어 체계를 구축하는 다부처 사업도 주도하고 있다. 원자력연이 드론 방어 분야에서 지상·공중기반 시스템 연계 기술, 드론 포렌식, 무력화 원천 기술을 보유한 덕이다. 이 기술은 경호처·공항·국방 분야로 전파돼 국민과 국가 시설을 보호하는 국가 안전망 구축에 기여하고 있다.

원자력연은 극한 환경에서 작업할 수 있는 ‘방재 로봇 삼총사’도 개발했다. 원자력 시설의 무인 순찰, 방사선 구역의 작업에 활용될 수 있다. 실외 방사선을 신속히 측정해 재난 정보를 알려주는 래피드(RAPID), 고하중 로봇팔로 진입로를 개척하는 암스트롱(AMSTRONG), 실내 재난 상황을 파악하는 티램(TRAM)이다. 극한 환경에 특화된 원자력 로봇 기술은 한국형 달 착륙선의 탐사 로버에 적용돼 월면토 자원 추출 임무 수행을 위한 최적의 기술로 인정받고 있다. 국제 유인 달 탐사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에도 참여해 우주경제 창출의 초석을 놓고 있다.

원자력 기술은 다양한 과학 분야가 종합된 기술이다. 지금까지는 서로 다른 기술이 융합해 원자력 기술을 이뤘지만 이제는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우리의 첨단 원자력 기술이 타 산업 분야로 파급돼 기술 발전을 견인하는 역할을 넓혀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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