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보툴리눔 균주 출처 놓고 공방…끝나지 않은 '보톡스 전쟁'

[바이오 핫이슈] 메디톡스·대웅 항소심 숨고르기

1심 집행정지 가처분신청 인용으로

대웅, 항소심까지 나보타 판매 가능

2017년부터 시작된 기술유출 공방

美서도 소유권 두고 소송전 이어가

업계 "2심 어떻든 대법까지 갈 듯"

메디톡스 사옥 전경. 사진 제공=메디톡스메디톡스 사옥 전경. 사진 제공=메디톡스




대웅제약 전경. 사진제공=대웅제약대웅제약 전경. 사진제공=대웅제약


대웅제약(069620)메디톡스(086900)가 보툴리눔 균주 출처를 놓고 벌이는 이른바 ‘보톡스 전쟁’이 예상보다 장기화될 전망이다.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을 상대로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 공정 영업비밀을 불법으로 취득했다며 제기한 민사소송 1심에서 완승을 거뒀다. 하지만 대웅제약은 즉시 1심 판결에 대한 집행정지를 신청, 법원이 인용하면서 두 회사는 항소심을 앞두고 전열 정비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보툴리눔 균주를 확보할 경우 별도의 생산 비용 없이 사업을 이어갈 수 있는데다 제품의 수익성까지 좋은 만큼 양사가 양보할 수 없는 전쟁을 이어갈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양사의 자존심 싸움은 덤이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웅제약와 메디톡스의 소송은 항소심을 넘어 대법원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양사 모두 보툴리눔 균주의 출처에 대해 한치도 물러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서울중앙지방지법 제61민사부는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는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공정을 도용해 개발됐다’고 선고했다. 재판부는 △400억 원의 손해배상 △보툴리눔 균주의 반환 △보툴리눔 제제 ‘나보타’의 제조·판매 금지 △기존 생산 물량의 폐기 등을 명령했다. 메디톡스가 완승을 거뒀다는 평가가 나왔다. 메디톡스의 한 관계자는 “이번 법원의 판결은 유전체 염기서열 분석 등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과학적 증거로 내려진 명확한 판단”이라며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공정을 불법 취득해 상업화하고 있는 기업들에 대해 추가 법적 조치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대웅제약은 1심 재판부의 판결을 “명백한 오판”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지난 15일 서울고등법원에는 항소하고 서울중앙지법에는 1심 재판의 집행을 금지하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제62민사부가 지난 17일 집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모두 인용함에 따라 항소심 판결 때까지 나보타의 제조·판매가 가능해졌다. 대웅제약의 한 관계자는 “메디톡스 균주는 소유권 및 출처의 증빙이 전혀 없다”며 “(메디톡스가 균주를 가져온) 위스콘신 대학의 균주는 과거부터 전 세계에 널리 퍼져있어 독점적인 소유권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관련기사





결국 향후 양사의 희비를 가를 핵심 쟁점은 메디톡스가 위스콘신 대학에서 가져왔다고 주장하는 보툴리눔 균주의 소유권 인정 여부다.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균주는 양규환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가 1979년 미국 위스콘신 대학교 연구원 재직 당시 공여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1심 재판에서 근거로 사용된 염기서열 분석 결과 등을 2심 재판에서 아예 배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다만 염기서열 분석 결과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지, 위스콘신 대학에서 가져온 균주를 메디톡스의 소유권으로 인정할 것인지 등이 핵심 쟁점”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2017년부터 시작된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소송전은 쉽게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메디톡스는 2017년 1월 ‘산업기술유출방지법’ 등의 위반 혐의로 대웅제약을 형사 고소했다. 또 같은해 10월에는 영업비밀 침해 혐의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작년 2월 검찰은 대웅제약이 균주를 훔쳤다는 증거가 충분치 않다며 불기소 처분을 내린 반면 1심 법원은 균주의 출처가 메디톡스라고 인정했다.

양사는 미국에서도 균주의 소유권을 두고 소송전을 이어갔다. 메디톡스는 2019년 1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영업 비밀을 침해했다며 대웅제약을 제소했다. ITC는 2020년 12월 대웅제약 나보타 미국 수입을 21개월 간 금지시켰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2심 결과와 관계 없이 대법원까지 소송전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병준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