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巨野 4개월만에 '막가파식 입법'…"기득권 노조 파업만 보호하는 꼴"

[노란봉투법 21일 환노위 상정]

법통과땐 교섭 장기화·분쟁증가 등

노사관계 불안정·현장혼란 불보듯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혁도 차질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0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노동조합법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0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노동조합법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위원장님, (법안을) 의결하시기 전에….”



권기섭 고용노동부 차관이 1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의결 직전 한 말이다. 당시 권 차관은 노란봉투법에 대해 정부 우려 입장을 재고해 달라는 취지의 ‘한 문장’도 채 마무리하지 못했다.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소위원장이 “그동안 충분히 했다”고 되받아쳤기 때문이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노란봉투법의 국회 논의 상황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민주당 주도로 전광석화처럼 추진된 노란봉투법은 21일 국회 전체회의에 상정된다. 민주당은 이달 내 노란봉투법 입법 절차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노란봉투법에 대한 환노위의 본격적인 논의는 지난해 11월 17일 전체회의를 시작으로 4개월에 불과하다.



노사 관계의 ‘판도라 상자’로 불리는 노란봉투법 입법이 민주당 주도로 속전속결이다. 경영계뿐 아니라 정부는 주무부처 장관까지 직접 나서 노란봉투법 우려를 연신 강조하고 나섰다. 정부는 노란봉투법으로 인해 기존 노동 법제와 질서의 균열이 일어날 게 뻔하다는 지적이다. 사회적 약자 보호가 목표인 노동 개혁도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차질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노동조합법 개정안(노란봉투법)에 대해 국회가 다시 한 번 신중하게 고민해야 한다”며 “대기업·정규직 노조는 쟁의행위 범위 확대와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원칙의 예외로 더욱 보호받게 된다”고 국회에 노란봉투법의 재논의를 촉구했다. 노동계와 야당이 하청 근로자 등 노동 약자를 보호한다는 취지로 노란봉투법 입법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노랑봉투법은 사용자 개념을 ‘근로 조건에 대해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로 확대한다. 또 법원이 파업 근로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경우 각 손해의 배상 의무자별로 귀책 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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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관이 노란봉투법에 대해 우려하는 지점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법을 통해 원청의 사용자로서 기준이 구체화되지 않고 의무만 크게 늘어난다는 점이다. 이 경우 현재 원칙적으로 이뤄질 수 없는 원청과 하청노조 간 단체교섭이 늘게 되는 일종의 모순이 발생한다. 현행법상 원청은 단체교섭을 거부하면 형사처벌을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란봉투법에는 원청 스스로 하청노조와 단체교섭인지를 구체화하지 않았다. 이 장관은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며 “단체교섭의 장기화, 교섭 체계의 대혼란, 사법 분쟁 증가 등 노사 관계의 불안정과 현장 혼란이 초래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노란봉투법이 파업 범위를 확대하면서 노사 간 파업 갈등이 심화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파업은 노사가 스스로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이다. 법으로 ‘손쉬운 파업길’을 여는 것 아니냐는 문제의식을 내비친 것이다. 그동안 이 장관은 노란봉투법이 없더라도 합법적인 파업은 손해배상책임이 면책되는 기존 법과 제도를 인정해 달라는 입장을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법원·노동위원회가 권리 분쟁 기관으로서 역할을 하는 점도 노란봉투법 제정이 불필요한 이유로 제시했다. 이 장관은 “노조가 파업으로 해결한다면 과거의 대립적이고 투쟁적인 노사관계로 회귀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장관은 노란봉투법이 전체 근로자의 14%(노조 조직률)인 노조 중에서 대기업·정규직 노조만 우선 보호하는 법이라고 진단했다. 한국은 대기업과 공공 부문 중심으로 노조 결성이 이뤄진 특징이 있다. 이들은 지속적인 임금 인상 요구로 대부분 중소기업인 비노조와의 임금 격차를 확대했다. 임금 격차를 보면 대기업·정규직이 100을 벌 때 중소기업·비정규직이 40~50을 버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이 장관은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다수 미조직 근로자에게 (노사 갈등) 비용이 전가되고 (대기업·정규직 노조와) 격차가 더욱 커질 것”이라며 “연쇄 작용으로 미래 세대인 청년의 일자리 기회가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예상대로라면 노란봉투법은 정부의 노동 개혁 목표 달성에도 차질을 빚게 할 수 있다. 정부는 노동 개혁을 통해 임금, 고용 지위 등 근로조건의 차이인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소하는 게 목표다. 임금의 연공성을 낮추고 원하청상생협의회를 만들려는 일련의 대책 방향이 여기에 속한다. 정부는 노동 개혁을 사회적 약자 보호라고 설명해왔다. 이 장관은 “(노란봉투법으로) 대기업·정규직 노조와 다수 미조직 근로자의 격차가 더욱 커질 것”이라며 “(정부는) 약자 보호 고민을 담아 전반적인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현장의 불법적이고 부당한 관행을 고치려고 한다”며 사실상 국회에 정부 대책을 기다려 달라고 촉구했다.

세종=양종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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