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현장에서 장기 파업과 같은 악성 분규가 줄고 있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다만 이 기조가 올해도 이어질지는 정부의 국정 방향과 일명 노란봉투법에 달렸다는 지적이다.
21일 한국노동연구원이 발간한 월간 노동리뷰 1월호에 실린 ‘노사관계 평가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근로손실일수는 34만4000일로 15년래 가장 낮았다. 2017년 86만2000일을 기록한 이후 절반 아래로 떨어졌다. 주목할 수치는 임금 및 단체교섭 결렬에 따른 노사분규 건수가 132건으로 2020년 105건을 기록한 이래 늘고 있다는 점이다.
노사분규와 근로손실일수의 반비례 관계를 두고 노사 스스로 분쟁 조정능력이 높아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보고서는 “(이 관계는 노사가) 갈등은 있지만 지속적인 합의를 통해 제어하는 양상으로 볼 수 있다”며 “노사 간 이견은 있지만 악성 분규로 이어지지 않는 경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노사 관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인 부당노동행위 사건도 크게 줄었다.중앙노동위원회에 따르면 작년 노동위원회가 처리한 부당노동행위 사건(판정 기준)은 786건으로 전년 대비 27.3% 줄었다. 이는 2016년 1129건을 기록한 이후 7년래 최소다. 부당노동행위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81조에서 금지하고 있는 행위다. 사용자가 노조 활동을 할 때 불이익을 주는 행위로 통칭된다. 이 때문에 부당노동행위는 노동 3권과 직결된다. 부당노동행위를 비롯해 노동쟁의 조정, 복수 노조 등 집단분쟁 사건도 작년 2499건으로 전년 대비 17.4% 감소했다. 중노위 관계자는 “집단분쟁 감소는 부노행위 판결과 판정례가 축적된 결과”라며 “산업현장에서 노사의 분쟁 해결 역량도 향상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올해 노사 관계는 녹록치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우선 이전 정부와 달라진 정부의 노동에 대한 태도다. 보고서는 “문재인 정부에서 노동포용적인 태도가 윤 정부 들어서 바뀌었다”며 “윤 정부는 조성자나 조정자가 아니라 원칙적인 법집행자의 경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노사에도 법치주의를 내건 정부는 작년 대우조선해양 사내하청 파업과 화물연대 총파업에서 강경 대응 기조를 보였다. 하지만 정부의 강경 대응은 노동 개혁과 맞물리면서 노동계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노동계가 원하는 노란봉투법도 올해 노사 관계 변수로 꼽힌다. 정부와 경영계는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원·하청 교섭틀이 깨지고 노조의 노동쟁의 범위가 확대돼 노사 갈등이 심해진다는 입장이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전일 브리핑을 열고 “단체교섭 장기화와 교섭체계 대혼란, 사법 분쟁 증가 등 노사관계 불안정 및 현장의 혼란이 초래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노동계는 교섭 층위가 넓어질수록 하청 파업과 같은 노사 갈등이 줄 수 있다는 점을 정부가 왜곡했다고 비판한다.
한편 야당은 이날 열리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노란봉투법을 처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