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증권사들이 유동성 위기 속에서도 성과급 잔치를 벌이려다 여론의 뭇매를 맞은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이자·수수료율 부과·지급 관행에 칼을 빼 들었다. 금감원은 다음 달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증권 업계를 종합 점검하고 예탁금 이용료율, 주식 대여 수수료율, 신용 융자 이자율 등에 대한 기준을 개선하겠다고 공언했다. ★본지 2월 18일자 14면 참조
금감원은 21일 “관행을 개선해 개인투자자의 금융 투자 상품 거래 관련 이자·수수료율을 합리적으로 산정·지급하도록 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금감원은 세부적으로 증권사 예탁금 이용료 산정 기준을 개선하고 통일된 공시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제시했다.
최근 투자자 예탁금 이용료율이 증가하는 추세이나 증권사들이 기준금리 인상 흐름을 적절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용료 점검 주기를 명확히 하고 산정 기준과 지급 시기에 대한 공시 서식을 정하기로 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권사 고객 예탁금 이용료율은 2022년 말 평균 0.37%에 불과했다.
주식 대여 수수료율과 관련해서도 해외 사례를 참고해 지급 방식을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증권사·투자자 유형별 수수료율을 공시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주식 대여 시 개인투자자가 수수료 교섭력에서 열위에 있다는 문제의식 때문이다.
신용 융자 이자율도 산정 체계를 다시 점검하고 공시를 강화하기로 했다. 대면·비대면 개설 계좌의 이자율을 구분해 공시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최근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떨어지고 있음에도 일부 증권사의 신용 융자 이자율은 계속 상승하고 있다. 금투협에 따르면 CD 금리는 지난해 12월 평균 4.02%에서 이달 20일 평균 3.49%로 내려갔다. 반면 증권사 신용 융자 이자율은 같은 기간 8.87%에서 8.94%로 올랐다.
금감원이 이같이 증권사 이자·수수료율 개선 작업에 팔을 걷어붙인 것은 최근 이 문제에 대해 정치권의 비판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회 정무위원회 양정숙 무소속 의원은 20일 국내 30개 증권사가 2019~2022년 고객 예탁금으로 총 1조 8000억 원 이상의 순수입을 올렸다고 지적했다. 고객의 돈으로 별다른 위험 부담도 없이 안정적 수익을 거두고 있다는 게 양 의원의 주장이다.
금감원은 “증권사가 예탁금 이용료율, 신용 융자 이자율에 기준금리 등 시장 상황 변동을 반영하지 않아 투자자 보호가 취약해졌다”며 “유관 기관과 함께 TF를 구성해 세부 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