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성전환 수술을 이유로 강제 전역처분을 당한 후 사망한 고(故) 변희수 하사를 순직자로 분류하지 않은 결정은 피해자와 유족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인권위는 국방부장관에게 심사위원회의 재심사를 실시하라고 23일 권고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변희수 하사의 복직과 명예회복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변 하사의 사망이 순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정이 성전환자에 대한 차별적 인식에서 비롯됐다며 인권위 진정을 제기했다.
변 하사는 군 복무 중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는 이유로 2020년 1월 22일 육군참모총장으로부터 강제 전역처분을 당했다. 인권위는 같은해 12월 14일 육군참모총장에게 강제처분이 인권침해에 해당하므로 취소하라고 권고했고, 그 후 법원도 전역처분을 취소했다. 이 과정에서 복직하지 못한 채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던 변 하사는 2021년 2월 27일 사망했다.
군사망사고 진상규명위원회는 국방부장관에게 변 하사의 사망을 순직으로 심사하도록 요청했으나, 지난해 12월 1일 순직이 아닌 일반사망 결정이 내려졌다. 군인의 사망은 전사, 순직, 일반사망으로 나뉜다. 군인사법에 따르면 군인이 의무복무 기간 중 사망하면 통상 순직자로 분류되지만, 고의·중과실 또는 위법행위를 원인으로 사망한 경우 등에는 일반사망자로 분류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육군참모총장은 “변 하사의 사망은 법령에 명시된 순직 기준인 공무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없어 일반사망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변 하사가 위법한 전역처분 등으로 인해 정신적·경제적 어려움을 겪다가 사망에 이르렀으므로, 변 하사의 사망은 전역처분 등과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봤다. 아울러 “변 하사의 사망이 변 하사의 직무수행에 대한 군 당국의 적극적이고 위법한 방해에 의한 것임이 분명하다면 그 사망은 직무수행과 떼어서 생각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변 하사의 사망을 순직 예외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은 성소수자에게 개인의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차별적 인식에서 비롯된 결과”라고 덧붙였다.
인권위는 변 하사가 군 당국의 위법한 전역처분·인사소청 기각 등으로 인해 사망했음에도 순직으로 보지 않은 결정이 변 하사와 유족의 인격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해 재심사를 권고했다. 아울러 군 복무 중 성전환수술을 한 장병을 복무에서 배제하는 피해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관련 제도를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정비하라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