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암이라도 진단시 근심·걱정이 컸던 사람은 재발과 사망 위험이 더 높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삼성서울병원 김희철·신정경 대장항문외과 교수와 조주희 암교육센터 교수, 강단비 임상역학연구센터 교수 연구팀은 2014년 7월∼2017년 7월 사이 대장암 진단 후 수술 치료를 받은 환자 1362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이런 연관성이 관찰됐다고 23일 밝혔다.
디스트레스는 암 진단과 그에 따른 치료로 환자와 가족들이 겪는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영적 고통을 통칭하는 말이다. 우울, 불안 증상과 함께 매우 흔하게 나타난다. 암환자의 약 40%는 심각한 디스트레스를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National Comprehensive Cancer Network)가 개발한 체크 리스트 등을 활용해 환자가 직접 평가하는 방식으로 디스트레스 점수를 매겼다. 디스트레스 점수가 4점 미만이면 낮은 그룹, 4~7점이면 높은 그룹, 8점 이상부터 매우 높은 그룹으로 나눠 대장암 무진행생존율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연구 대상자들의 평균 디스트레스 점수는 5.1점으로 집계됐다.
NCCN이 주의가 필요하다고 제시한 디스트레스 수준인 4점을 상회하는 수치다. 전체 환자의 61%는 디스트레스 수준이 '높음', 15%는 '매우 높음'에 해당했다. 암환자 10명 중 7명 이상은 암을 진단 받을 때부터 디스트레스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디스트레스는 암의 재발이나 사망 위험에도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디스트레스가 높거나 매우 높은 그룹의 암 재발 및 사망 위험은 낮은 그룹에 비해 각각 28%와 84% 더 높았다. 대장암 4기의 경우 진단 시 디스트레스로 인한 위험도도 더욱 가파르게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병의 재발이나 사망 위험이 진단 시 디스트레스가 높음 그룹은 낮은 그룹보다 26% 상승했고 매우 높음 그룹은 무려 153%까지 치솟았다.
병으로 인한 두려움, 슬픔, 걱정과 같은 감정적 요소 외에도 보험, 돈, 일, 육아 등 암 치료 후 뒤따라올 사회경제적 문제들이 암환자들의 마음을 어렵게 만드는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
김희철 교수는 "암 치료 성적은 점차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처음 암을 진단받은 환자들은 암에 대한 두려움을 경험하고 이에 따른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크다"며 "암 진단 때부터 환자가 느끼는 디스트레스를 평가하고 이를 치료 전에 해소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필요성을 시사하는 결과"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외과학회지' 최근호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