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노랜딩’ 시나리오





미국의 투자은행인 JP모건은 지난해 12월 ‘2023년 전망 보고서’에서 ‘노랜딩(No Landing·무착륙)’을 처음 거론했다. 이 보고서는 올해 미국 경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의외의 시나리오로 △중국·유럽 경제가 미국을 웃도는 것 △미국 경기가 하드랜딩(경착륙)과 소프트랜딩(연착륙)이 아닌 노랜딩할 가능성 △미국 경제의 안정적 성장으로 인수합병(M&A)과 기업 공개(IPO) 시장이 회복될 수 있다는 점 등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우리는 경제가 침체에 빠지지도, 그렇다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긴축 주기를 끝내지도 않는 상황을 보게 될 수 있다”며 노랜딩 시나리오를 언급했다.



이 보고서가 의외의 시나리오로 노랜딩을 언급한 것은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키기 위해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미국의 기준금리(4.75%)가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통상 기준금리가 오르면 시중 금리가 상승하면서 소비·생산 활동이 둔화된다. JP모건은 그러나 연준의 금리 인상에도 미국의 물가와 경기가 진정되지 않을 수 있다고판단해 노랜딩 가능성을 거론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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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도 미국 물가와 경기가 둔화되는 대신 외려 상승한다는 월가의 지표가 발표되며 노랜딩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이 21일 발표한 비제조업(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50.5, 서비스업과 제조업을 합산한 PMI는 50.2를 각각 기록해 경기 확장 가능성에 힘이 실렸다. 또 1월 실업률은 3.4%로 1969년 5월 이후 최저 수준에 달할 정도로 경기가 확장 국면이다.

미국 경기의 노랜딩이 현실화되면 연준의 추가적 금리 인상과 한미 금리 격차 확대로 이어져 원·달러 환율 상승과 무역수지 악화가 불가피하다. 특히 노골화된 자국우선주의로 통상 환경 악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고금리 장기화와 경기 과열이 동시에 나타나면 우리는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경제·통상 환경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불확실성 증폭이 우려되는 상황이므로 정부와 기업은 복합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민첩하게 대응해야 한다.

김상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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