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기준금리 동결…수출 지원 속도전으로 ‘경기 둔화’ 터널 벗어나야


한국은행이 23일 기준금리를 연 3.50%로 동결하고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7%에서 1.6%로 하향 조정했다. 높은 인플레이션에도 경기 상황이 녹록지 않자 1년 6개월 가까이 이어온 통화 긴축을 일시 중단하는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것이다. 한은이 올해 소비자물가가 3.5%나 오를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긴축 중단을 택한 것은 심각한 경기 침체를 고려한 고육책이다.



하지만 한은의 긴축 중단은 오래가기 힘들 것이다. ‘경기 침체+고물가’라는 최악의 상황에 처한 우리와 달리 미국은 ‘경기 과열+고물가’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미국은 경착륙도 연착륙도 아닌 노랜딩 시나리오가 거론될 정도의 경기 과열로 기준금리를 예상보다 더 높여야 할 상황이다. 소규모 개방경제라는 한계를 지닌 한국의 통화정책은 결국 미국을 추종할 수밖에 없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는데 우리만 손을 놓고 있으면 급격한 자본 유출이라는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300원 안팎까지 오른 것은 자본 유출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시장의 경고이다. “이번 동결을 긴축이 끝났다는 의미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이창용 한은 총재의 발언은 이를 염두에 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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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자니 경기 침체가 걸리고, 경기를 살리기 위해 금리를 동결하자니 자본 유출이 우려되는 진퇴양난의 상황을 타파할 해결책은 결국 수출과 투자다. 고물가·고금리로 내수 시장은 한계에 달했고 재정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잖아도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급감하면서 올해 2월 20일까지 무역수지 적자가 186억 달러를 넘었다. 경기 둔화의 터널에서 벗어나려면 수출 증대와 과감한 투자에서 활로를 찾아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날 수출전략회의를 열고 복합 위기를 돌파하는 방법으로 수출과 스타트업 활성화를 제시하며 “수출을 위해 최전선에서 사투를 벌이겠다”고 했다. 수출 확대→투자 증가→고용·내수 확대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방향은 옳지만 중요한 것은 디테일과 신속한 실행이다. 고금리 탓에 영업이익의 대부분을 대출이자 상환에 쏟아부어야 하는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과 세제 지원, 수출 판로 개척 등 촘촘한 후속 대책을 마련해 속도감 있게 실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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