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경제·금융일반

요즘 개발자랑 젊은이는 돈 벌러 농촌갑니다 [경제인싸]

■서현권 세종대 스마트생명산업융합학과 교수 인터뷰

스마트팜, 기후 위기·식량 안보 등 문제 해결 기여

젊은층·데이터 사이언스 전공자도 농촌으로 발걸음

네덜란드·이스라엘, 애그테크로 자연 환경 극복

농가 노하우 보호·이윤 배분·오류·보안 등 고민 필요





“두 분 월급 합친 것보다 많을지도 몰라요.” 지난 10일, 서울시 강남구에서 만난 서현권 세종대학교 스마트생명융합학과 교수는 스마트팜이 평균적으로 얼마만큼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지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초기 투자 비용이 비싸지만 꽤 괜찮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스마트팜은 전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애그테크로 분류됩니다. ‘농슬라(농기계의 테슬라)’로 불리는 존디어의 존 메이 최고경영자(CEO)가 이번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23)의 기조연설자로 등장하면서 더욱 이목이 쏠렸습니다. 서 교수는 “애그테크가 이제는 소위 ‘돈이 되는 분야’라는 인식이 확산돼서 주목받는 것 같다”고 했는데요. 그럼 애그테크는 도대체 무엇인지, 대표적인 애그테크 기업과 앞으로 유망한 곳은 어디인지, 애그테크에 관한 모든 것을 서 교수와 함께 낱낱이 알려드리겠습니다.



젊은층이 농촌으로 돌아간다…기계 장비·AI 덕 노동시간 줄고 생산성 ↑


Q. 애그테크는 농업에 첨단 기술을 결합한 걸 의미하나요?

A. 애그테크는 첨단 기술을 농업에 적용하는 개념적인 용어라고 생각하는데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발전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사람의 손·발의 역할을 대신해 줄 수 있는 하드웨어적인 측면인데요. 사람이 직접 수행해야 하는 일을 기계로 대체하면서 실질적으로 농업인들이 농업 현장에서 시간을 많이 절약하고 있습니다. 과거에 하루 종일 걸리던 일을 반자율주행 자동운송기를 이용하면 1~2시간만에 끝낼 수 있으니까요. 두 번째는 사람의 지혜와 맞먹는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인데요. 데이터 분석, 머신러닝, 인공지능(AI)의 도움을 받아 시뮬레이션이나 예측을 통해서 미리 일어날 일들을 쉽게 파악하고 대처할 수 있게 됐습니다.

Q. 기술의 도움으로 농사짓기가 수월해지면서 농촌에 젊은층 유입도 많이 늘었다고 들었어요.

A.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독특한 변화인데, 농업과 농촌에 젊은이들이 몰리고 있습니다. 폭발적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기존의 농촌은 젊은 사람들이 떠나는 영역이었다는 걸 감안하면 눈에 띄게 달라진 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애그테크라는 게 기술+농업이다 보니 데이터 사이언스·컴퓨터공학·전자공학 등 전통적인 농업과 관계 없을 법한 전공의 사람들도 농업에 관심을 갖고 있어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농업에 많은 관심을 갖고 좋은 콜라보 사례를 만드니 아주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Q. 사람들은 왜 애그테크에 주목할까요?

A. 인류가 당면한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할 하나의 방법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 위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식량 안보 등의 문제를 애그테크가 어느 정도 해소해줄 텐데요. 특히 식량 부족은 생산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보단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에 농산물 분배가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않아서 발생하기도 하거든요. 애그테크 같은 기술을 활용한다면 이런 몇 가지 문제는 해결할 수 있습니다. 특정 시기에만 먹을 수 있었던 농산물도 스마트팜을 활용하면 시간적인 제약을 떠나 연중 꾸준히 소비할 수 있고요.

Q. 그런데 보안 문제를 비롯해 여러 가지 문제점도 있을 것 같아요.

A. 네 가지 문제점을 꼽을 수 있습니다. 우선 농가 노하우를 바탕으로 창출된 이익에 대한 배분 문제예요. 현재는 인공지능 모델을 학습시키기 위해 기존의 많은 농가로부터 데이터를 무료로 가져오고 있는데, 그렇게 학습된 인공지능 모델은 유료로 서비스되고 있습니다. 현재 상황으로는 기업이 그렇게 창출된 이윤을 모두 가져가는 구조인 것 같은데요. 저는 ‘실제 농가들에 적절한 이윤 분배가 이루어져야 공정한 상황이 되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을 합니다. 농가의 노하우도 일부 보호돼야 될 필요가 있고요.

두 번째는 프로그램으로 인해 오류가 발생했을 때 누가 책임을 질 거냐는 겁니다. 프로그램 오작동으로 농작물이나 농업인이 손해를 입으면 기업이 책임져야 할지 농가가 책임져야 할지에 논의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는 보안 문제입니다.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농업에서 사용하는 네트워크·서버 시스템 일부도 보안이 상당히 취약한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중국인 해커들이 미국 정부에서 운영하는 농업 네트워크의 보안이 취약하다는 것을 파악하고 그걸 발판 삼아 다른 미국 정부 사이트까지 해킹하려 했던 사례도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애그테크에서 소외된 소규모 농가들을 들 수 있습니다. 애그테크는 아직까지 경제성의 논리에 의해서 대규모의 부자 농부들을 대상으로 적용되고 있습니다. 소농이라고 표현되는, 상대적으로 소규모 농가들은 디지털의 수혜라든지 애그테크 트렌드에서 소외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죠. 앞으로는 이분들까지도 함께 아우르는 분위기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스라엘, 애그테크로 사막서 최고 품질 오렌지 생산


서현권 세종대학교 스마트생명융합학과 교수가 지난 10일 서울시 강남구에서 서울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도연 기자서현권 세종대학교 스마트생명융합학과 교수가 지난 10일 서울시 강남구에서 서울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도연 기자


Q. 애그테크는 선진국 중심으로 발전해왔죠?

A. 현재는 선진국들 위주로 많은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가 주목해서 살펴볼 곳은 네덜란드인데요. 네덜란드는 대한민국 국토 면적의 3분의 1 정도밖에 되지 않는 작은 국가예요. 그런데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농산물을 수출하고 있습니다. 농산물 생산 효율성이 세계 최고 수준이고요. 네덜란드는 국내총생산(GDP)의 상당 부분이 농업 생산과 수출에서 발생하는데, 그러다 보니 정부 차원에서 애그테크 기술을 극대화하기 위한 노력이 활발한 것으로 보입니다.

Q. 의외로 애그테크를 잘 활용하고 있는 국가도 있는지 궁금해요.

A. 재미난 국가 중 하나는 이스라엘을 들 수 있는데요. 일반적으로 이스라엘 하면 사막이 많은 이미지를 떠올릴 텐데, 지금은 첨단 기술과 여러 도구를 사용해서 사막이라는 한계를 벗어나 이스라엘 사막에서 세계 최고의 농산물을 생산하는 국가로 변모했습니다. 이스라엘에서 생산된 오렌지 같은 경우에는 유럽에서 프리미엄 가격을 받고 있기도 합니다.

Q. 최근 몇 년 동안 빅테크 기업들이 애그테크 기업에 막대한 금액을 투자하는 등 애그테크에 대해 큰 관심을 갖는 것 같은데요. 대표적인 국내 애그테크 기업이 궁금합니다.

A. 대표적인 기업들은 언론에서 많이 다뤘던 ‘트릿지’라든지 ‘그린랩스’ 등이 있을 것 같아요. 트릿지는 전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이용해서 농수산물의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과잉 생산된 지역의 농산물을 싸게 구입해서 부족한 지역에 비싸게 판매하는 모델도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린랩스는 말 그대로 첨단 기술을 활용해서 농업 생산성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고, 대규모 투자를 유치해서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 중입니다.

Q. 주목해볼 만한 애그테크 기업은 어디가 있을까요?

A. ‘엔씽’과 ‘아이오크롭스’도 최근에 투자를 유치하고 아주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엔씽은 2024년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고, 이마트가 운영하는 물류센터에 식물 공장을 도입하기도 했고요. 농산물이 생산되는 지역에서 곧바로 유통이 이루어지는 접근 방식이 신선합니다. 아이오크롭스는 ‘대신 농사를 지어드립니다(대농지)’라는 프로젝트가 재밌는데요. 이미 스마트팜으로 농사를 짓고 있던 농민들의 땅에 최소 평균 매출을 지불하고 1년 동안 빌린 뒤 대신 농사를 지어주는 겁니다. 이때 창출된 이윤은 아이오크롭스가 가져가는 거죠. 밀양의 파프리카 농장에서 대농지 프로젝트를 시작했을 때 기존 농가의 이윤보다 약 20~30%가량 더 이윤을 내 굉장히 주목받기도 했습니다.

Q. 다른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국내 애그테크 산업은 아직 미약한데, 앞으로 빠르게 성장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문제는 무엇인가요?

A. 우리가 먼저 주목해야 할 분야는 ‘로봇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 농촌의 가장 고질적인 문제는 고령화, 일손 부족, 외국인 노동자 수급 문제인데요. 당장 농업 현장에서 필요한 일을 수행할 사람이 없을 뿐 아니라, 있다 해도 장기적으로 종사하기 어려운 여건이라 최근 농가에서는 농업용 로봇을 도입해 문제를 풀려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농업 로봇은 가이드라인 자체가 없는데요. 기업이 농업 현장에서 로봇을 판매하거나 운용하기 불가능한 겁니다. 정부 차원에서 관련 규정, 가이드라인을 빨리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겠죠. 최소한의 규제나 가이드라인을 기반으로 기업들이 좀 더 자유롭게 활동하고 사업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김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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