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수를 살리기 위해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상 규정된 음식 값 한도를 3만 원에서 5만 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에서 이 같은 취지로 설명했다. 이 대변인은 “이 문제는 단순히 보는 게 아니라 전반적으로 내수 진작 방안이 있는지 큰 차원에서 논의하고 있다”며 “비상경제민생회의가 진행 중인데 내수 진작 문제를 다룰 수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김영란법은 공직자 및 언론인, 학교법인 직원이 식사 대접을 받을 경우 음식 값 상한을 3만 원으로 규정해놓았다. 그러나 해당 법이 처음 시행된 2016년 이후 물가상승률이 반영되지 않아 식비 상한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런 가운데 최근 경기 침체로 내수마저 꺾이자 정부가 김영란법상 음식 값 상한 현실화까지 살피게 된 것으로 보인다.
김영란법이 2016년 시행됐을 당시에도 외식 업계에서는 음식비 상한 3만 원이 지나치게 낮다는 취지의 반발이 적지 않았다. 그런데도 입법이 강행되자 식당들은 기존 메뉴에서 원가가 많이 드는 일부 품목을 빼거나 양을 줄이는 자구책을 폈다. 이를 통해 3만 원 이하에 맞춘 이른바 ‘김영란 세트’ 메뉴를 내놓기도 했지만 사정은 녹록지 않았다. 더구나 문재인 정부 당시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리면서 가뜩이나 인건비 부담이 컸던 상황이라 적지 않은 음식점들이 종업원을 내보내는 경우가 많았고 그마저도 감당이 안 돼 폐업하는 업소들도 있었다. 이런 가운데 근래에 물가가 다시 급등하자 김영란 세트조차 내놓기 힘든 업소들이 나타났다. 이는 다시 음식점을 찾는 손님 감소로 이어져 식당들이 한층 더 경영상 어려움에 빠지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이번에 정부가 김영란법상 음식비 상한을 현실화하는 것도 식당 등의 고충을 감안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기 침체, 시중 금리 인상에 따른 자영 업자들의 금융 비용 상승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도 이제는 김영란법상 음식비 규정을 손질할 필요가 있다는 쪽으로 정부 내에서 의견이 모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영란법상 식사비 상한을 5만 원으로 인상하려면 공무원 행동강령 등을 조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김영란법상 3만 원 식사비 상한 규정은 공무원 행동강령상의 한도액을 참조한 것이기 때문이다. 해당 강령이 2003년에 만들어진 뒤 식사비가 변경된 적은 없기 때문에 현재의 물가 상황을 반영하는 데는 한계가 따른다. 다만 정부는 음식비 상한을 현실화하더라도 공직자 등의 도덕성을 환기하자는 차원에서 입법된 김영란법의 취지 자체는 살릴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고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