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향기로 기억되는, 너의 새로운 시작"…백화점 카피 AI가 10초만에 '뚝딱'

현대百 '루이스' 내달 정식 도입

'하이버클로바' 기본 엔진으로 탑재

타깃 연령별로 다른 어투 사용도

현대백화점 관계자들이 AI 시스템 ‘루이스’를 활용해 백화점 판촉 행사 광고 문구를 만들고 있다./사진 제공=현대백화점현대백화점 관계자들이 AI 시스템 ‘루이스’를 활용해 백화점 판촉 행사 광고 문구를 만들고 있다./사진 제공=현대백화점




‘향기로 기억되는, 너의 새로운 시작’



제시어는 봄, 입학식, 향수. 단어 세 개로 감각적인 광고 문구를 만들어 내는 데 걸린 시간은 단 10초다. 입학식 대신 키워드를 연인으로 바꿔 결과물을 요구하니 얼마 안 가 답이 돌아왔다. “‘흩날리는 벚꽃처럼 설렘 가득한 향’이나 ‘봄바람과 함께 찾아온 로맨틱한 향기’를 생각해 봤습니다.”

현대백화점이 3월부터 정식 도입하는 마케팅 글쓰기 전용 AI 시스템 ‘루이스’/사진 제공=현대백화점현대백화점이 3월부터 정식 도입하는 마케팅 글쓰기 전용 AI 시스템 ‘루이스’/사진 제공=현대백화점



자판기처럼 눈과 귀 사로잡는 카피(copy)를 술술 쏟아내는 기특한 주인공은 오는 3월 2일 현대백화점(069960) 커뮤니케이션팀에 출근하는 신입 사원 루이스 선임이다. 이달 초 2주간 인턴 생활(테스트)을 한 루이스는 기존에 2주가량 소요되던 카피라이팅 업무 시간을 평균 3~4시간으로 줄이는 데 핵심 역할을 했고, 그 역량을 인정받아 정식 입사가 결정됐다. 현대백화점이 최근 3년간 사용한 판촉 표현 중 소비자 호응이 컸던 데이터 1만 여 건을 머리에 모두 담은 이 실력자의 정체는 마케팅 문구 제작에 특화된 인공지능(AI) 시스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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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루이스’는 다음 달 2일부터 백화점의 광고 카피와 판촉 행사 소개문 등 마케팅 문구를 만드는 작업에 정식 도입된다. 연중으로 기획전과 세일 등 행사가 진행되는 백화점업계에서 자사 만의 색깔을 입힌 마케팅 글쓰기 전용 AI 시스템을 실무에 투입하는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루이스는 네이버의 초 대규모 AI 언어모델 ‘하이버클로바’를 기본 엔진으로 현대IT&E가 개발했다. 하이버클로바 엔진은 미국 오픈 AI사의 GPT3 대비 한국어 데이터를 6500배 이상 학습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학 작품을 사랑하고 마케팅 트렌드에 관심이 많은 20대 청년’ 콘셉트로 현대백화점의 최근 주요 마케팅 문구를 집중적으로 학습했으며 향후 데이터 업데이트로 고도화될 예정이다.

현대백화점의 마케팅 글쓰기 전문 AI ‘루이스’로 광고 문구를 만드는 과정이 표시된 화면/사진 제공=현대백화점현대백화점의 마케팅 글쓰기 전문 AI ‘루이스’로 광고 문구를 만드는 과정이 표시된 화면/사진 제공=현대백화점


타깃 연령대를 고려해 세대 별로 다른 어투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루이스의 강점이다. 예컨대 ‘아트페어’의 타깃 연령대를 20대로 하면 ‘인싸가 되고 싶다면 현백으로 모여라’라는 답변을 내놓지만, 50대로 설정을 바꾸면 ‘예술이 흐르는 백화점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로 결과도 달라진다.

현대백화점은 향후 배너 광고, 상품 소개 페이지 등 마케팅 문구 생성에 최적화된 ‘루이스 e커머스 버전’을 추가해 그룹 계열사로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김성일 현대백화점 DT추진실 전무는 “이번 AI 카피라이터 도입으로 직원들이 보다 창의적인 업무에 몰두하는 효과는 물론, 고객들에게 현대백화점만의 따뜻한 감성과 품격 있는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한다는 메시지를 더욱 일관되게 전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송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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